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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vecO Sep 29. 2022

경력 있는 신입

내일은 연휴의 시작이다. 시골 할머니 댁에 갈 생각에 살짝 들떴었는데, 오늘 하루는 참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지는 하루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어제와 다른 길을 갈 생각은 없었는데, 문득 예정 하차역 한 정거장 전에 내리고 싶었다. 계획에 없던 2호선으로의 환승, 출근길 사람 없는 2호선에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소소한 기쁨을 느꼈다.


지하철을 내려서 사옥까지 걸어가는 길, 짧지만 날씨가 좋아서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사옥으로 들어가는 회전문에 다 달아갈 때쯤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한다.

'엘리베이터 배정 번호 확인하기'

사원증을 찍고 놓칠까 빠르게 번호 확인을 했는데, 아직 근무 층수를 지정하지 않은 탓인지 '이용 층수를 입력하세요'라는 문구가 표시됐다. 이용 층수를 어디서 입력하는지도 모르는 출근 2일 차, 신규 입사자인 나는 사람들이 많은 쪽 엘리베이터에 줄을 선 후 자연스럽게 따라 탔다. 타자마자 내리는 층수를 확인해 내가 근무하는 17층과 가장 가까운 층에 내여서 계단을 이용해 사무실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사내 포털에 접속하여 엘리베이터 층수 지정하는 법을 찾아보지만 쉽지 않았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지만 이것저것 업무환경을 구축하다 보니 벌써 9시가 다되었다.


오전에 간단한 회의를 했다. 업무 분장과 인수인계 건에 대하여..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내가 해내야 하는 일들이 꾀나 많았다. 우선 공유폴더를 통해 기존 자료를 확인하고 공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점심시간에는 상무님과 팀원들과 함께했다. 새로 생긴 와인바였는데, 점심식사도 가능했다.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는데 메뉴가 너무 어려웠다. 양식 메뉴였는데, 팀원들이 많이 주문한 메뉴를 똑같이 주문했다. 상무님과 마주 보고 앉아서 식사하는데 상무님 입에서 말이 나오면 자지러지게 웃는 리액션을 갖추며 식사시간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팀장님과 간단한 면담을 진행했다. 회의를 하면서 팀장님이 내가 하게 될 업무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면담을 하다 보니 업무를 잘 모르셔서 그런지 나를 과대평가하신 부분이 있는 듯하였다.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내면서 팀장님과 그 윗분들을 이해시키는 일까지.. 정말 내가 다 해낼 수 있는 걸까.. 더불어 '기다려주지 않는다, 빨리 적응한 후 자발적으로 성과를 내는 사원이 되어야 한다.' 등의 말을 들었다. 연휴 동안 잘 쉴지는 모르겠지만 잘 쉬고 그 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하셨다. 연휴에도 준비를 해오라는 느낌이 들어 부담감을 살짝 느꼈다.


오후에는 사무실 직원들이 하나, 둘 씩 사라졌다. 나는 출근 2일 차이기에 군기가 잡혀 꾹 참고 있었다. 5시 3분, 팀장님께서 퇴근하라고 지시해주셨다. 어차피 지금은 그냥 앉아있는 거잖아요?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공유폴더 자료로 업무 파악 중이었는데..'와 '그렇게 생각하셨으면 더 빨리 퇴근시켜주지..' 하지만 겉으로 내색할 수 없다. 매우 기쁜 표정으로 역시 팀장님이 최고예요라는 표정으로 '정말요?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다.


퇴근길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길은 참 아름답다. 하늘이 푸르고 바람이 선선하다.

언제까지 기쁜 마음이 드는 퇴근길이 될까..?


참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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