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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vecO Sep 30. 2022

조금의 여유

아주 조금의 여유가 생겼나 보다 사무실이 낯설지 않은 것 보니,




 지하철 정기승차권을 충전하기 위해 10분 일찍 집에서 나왔다. 빠른 걸음으로 열심히 ATM으로 향했지만 닫쳐있었다. ATM 도 문을 닫는구나.. 소득 없이 지하철역 도착. 현금이 없어서 정기권 충전이 불가하지만 오랜만에 충전하는 정기권이라 금액을 확인해본다. 이걸 확인하지 않았으면 오늘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딱 맞춰서 지하철이 도착했지만 금액을 확인하면서 한 대를 떠나보내서 다음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시작했다. 저번에 갔던 루트가 한산하니 마음에 들어서 같은 루트를 선택했다. 사당역까지는 좋았다. 4호선을 갈아탔는데 운이 좋게도 바로 자리를 차지했다. 그런데 어라? 왜 출발을 안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 지하철 시위로 인해 열차 운행이 지연된다는 방송이 나왔다. 그 시각 7:57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설마 4 정거장을 한 시간이나 걸리겠어~라는 생각으로 아랑곳하지 않았다. 10분 뒤 열차가 출발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제 문제없겠구나라는 안일한 생각을 한 것 같다. 그걸 시작으로 한 역마다 10분가량씩 정차한 후 출발할 수 있었다.


 시위는 시위인데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한 건 어쩔 수없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한들 어떤 이유에서든 출근 3일 차에 지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한정거장 전 역에서 내려서 열심히 달려갔다. 화사 예상 도착시간 8시 15분이었지만 8시 50분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일찍 가서 오늘 오전 미팅에 대한 업무내용을 파악하려고 했지만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회의실로 갔다. 4층 회의실은 정말 대기업 회의실이었다. 자유롭고 편안하고 즐거운 공간처럼 꾸며놓았다. 그래서 그런지 흥미로운 회의였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점심시간이 시작되어 엘리베이터를 타기 힘들었다. 바로 짐을 자리에 두지 못하고 바로 일층으로 내려갔다. 일층에서 팀원들을 만나 지하 1층으로 향했다. 편의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식당이 있었다. 오늘 메뉴는 '설렁탕, 두부김치'와 '새우튀김카레,우동'이었다. 설렁탕을 선택하고 싶었지만 팀원들을 따라 새우튀김카레와 우동을 받았다. 처음 온 것이 티 나지 않게 다른 사람들처럼 여유롭게 사원증을 태그 했다. 4,500원, 월급에서 차감된다고 한다. 퀘스트를 완수한 기분으로 팀원들 옆에 착석했다. 하지만 이내 틀린그림찾기처럼 팀원들과 다른 나의 배식을 알 수 있었다. 긴장한 나머지 샐러드 바를 그냥 지나쳤는데, 팀원들은 맛있어 보이는 샐러드와 과일 그리고 카레와 찰떡인 김치를 잘 챙겨 왔다. 나도 먹고 싶었다. 하지만 난 6인석 구석 쪽 중간석에 앉아있었다. 마치 의도한 것 마냥 식사를 했다. 식사 후 팀원들의 행동을 살피며 자연스럽게 식기 반납을 했다.


 오늘 처음으로 2층에 있는 회사 카페에 갔다. 포스기에서 직접 선택하여 주문하는 방식이었는데, 아메리카노 한 잔에 천 원이었다. 아이스크림도 있었다. 평소 같으면 카페에서는 아무 메뉴도 주문하지 않았겠지만 팀장님께서 사원증을 만지작 거리며 메뉴를 선택하라고 하시기에 병에든 탄산수를 골랐다. 고르고 보니 제일 비싼 메뉴였다. 3,000원 상당의 메뉴를 고른 건 나의 직속 사수 선임님과 나뿐이었다.


 오후 2시 선임님이 면담요청을 하셨다. 오후 1시 선임님은 오전에 있었던 미팅 내용을 팀장님께 보고하려고 한다.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대차게 거절당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앞으로 선임님이 육아휴직에 들어간다면 저것은 모두 내 몫이 될 텐데 두렵다...! 결국 보고는 2시가 넘어서까지 진행됐다.


 2시 25분 보고가 끝난 선임님은 완전히 지친 모습으로 2시가 지나버렸다며 10분 후에 면담하자고 하셨다. 10분 후 선임님이 엘리베이터를 향해서 1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너무 시달려서 회사 밖을 나가야겠다고 말씀하셨다. 선임님의 완전히 지친 모습을 보니 내가 앞날에 두려움을 느낄만했던 것 같다. 회사 근처 카페로 향했다. 하이브 옆 건물이라 그런지 주변 건물에 BTS 사진이 잔뜩 걸려있다.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내부엔 BTS사진이 가득했고 외국인들도 많았다. 2층에 자리를 잡았다. 인수인계와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무작정 공유폴더에 있던 자료들을 볼 때보다는 이해가 잘 됐다. 이야기 중에도 사람들은 계속 올라와서 걸려있는 BTS 사진을 찍어갔다.


 간단한 이야기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 카페 앞에서 BTS 사진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외국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지금 행복할까..?


 사무실에 복귀했지만 팀장님은 보이지 않는다. 자리가 정리된 걸 보아 퇴근하신 것 같다. 5시, 선임님과 우리 팀의 신입사원이 퇴근했다. 새삼 자유로움을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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