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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vecO Oct 05. 2022

마냥 즐거워도 되는 걸까?

 오늘은 행사 있는 날! 소풍 가는 것 마냥 아침부터 살짝 들떴다. 그런데 나, 마냥 즐거워도 되는 걸까?




 오늘은 팀 행사가 있는 날이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 도자기로 접시를 만든 후 LG 트윈스 야구 관람 예정이다. 오늘도 역시 4호선 시위 예정이라 일찍 나가기로 마음먹었는데, 들떠서 그런지 손이 느리다. 하필 이런 날 메이크업이 마음에 안 든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입고 갈 옷을 어젯밤 자기 전 생각해 뒀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생각했던 티가 보이지 않았다. 옷을 잘 버리지 않은 성격인데.. 어디 갔을까. 대체 티를 찾아서 입어봤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 머리를 말리면서도 온통 옷 생각뿐이다. 결국 나가기 직전에 옷을 갈아입었다.


 10분 일찍 나가면 시위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침부터 이벤트가 많아서 원래 나오던 시간에 맞춰 나오는 것도 힘들었다. 대체 경로를 찾고 찾다가 결국 3번이나 갈아타는 방법을 택했다. 그 방법도 9호선을 타야 하기에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선택권이 없었다.

 드디어 9호선에 몸을 싣는다. 아니나 다를까 쉽지 않다. 꽉 찬 지하철 안에서 한 명이 내리고 열명 이상의 사람이 탄다. 꾹 끼어서 내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이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걸어간다. 마지막으로 옷을 갈아입을 때 더울까 살짝 걱정했는데, 걷다 보니 열이 오른다. 아침부터 진땀을 빼서 그런지 배도 고파왔다.


 자리에 앉아있지만 마음은 딴 곳에 가있다. 오늘 신규 입사자 분이 오시는 날인데, 팀장님이 마중을 나간 지 20분째 돌아오시지 않는다. 내가 처음 왔을 때는 5분 내로 사무실로 왔던 것 같은데, 책임 직급이라서 그런가? 정규직이라서 그런가? 회사 곳곳을 소개해주신 건가? 할 이야기가 많으셨나?

 퇴근 시 책상 아래 삼단 서랍을 잠그고 다녀야 한다는 주의를 받았다. 내 책상 아래 삼단 서랍의 키가 없다. 키 신청건으로 총무팀에 연락했는데 잘 처리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신규 입사자분의 자리는 내 옆자리이다. 나와 다르게 노트북도 새것으로 받으셨고 모니터도 지하 2층에서 새것으로 가져와 전달받으셨다. 아 그리고 삼단 서랍의 키도 있다. 잠깐 계약직의 설움을 느껴본다. 자격지심인가?


 아침에 자리에 앉아 PC를 켜는 순간부터 집중이 되지 않았는데, 11시 30분이 되어서야 출발을 한다. 자차 이용자팀 3명 나머지 6명 나누어서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는데 아무도 팀장님과 함께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사다리 타기라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팀장님께서 어떻게 눈치를 채시고 막내 직원에게 연락하여 'ㅇㅇ님은 나랑 같이 가야지~'라고 하셨다고 한다.


 막내 신입 직원은 윗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다. 가끔 회사에서 저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랑받고, 사랑받을 만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나는 왜 저렇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택시 안에서 선임님, 책임님이 팀장님에 대해 하는 말을 들었다. 자신들이 본 팀장중 최악이라고 말한다. 여태 이랬던 적이 없다며.. 나에게도 주의를 준다. 내가 맡게 될 분야는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진 사람이 없어 나에게 의지하고 더 힘들게 할 것이라며..! 걱정된다.


 식사는 중국음식점에서 했다. 요리를 먼저 주문했는데 본 메뉴 전 요리메뉴로 배가 다 차 버렸다. 본 메뉴로 소고기 가지 덮밥을 시켰는데 맛이 없어서 가지만 다 건저 먹었다. 가볍게 서울 숲을 산책했다. 그 후 다시 택시를 타고 도자기 공방으로 향했다.


 공방에서는 접시를 만들었다. 시작 전 못하는 척했지만 사실 난 손으로 만드는 무언가에 재주가 있다. 말없이 손끝 감각을 느끼며 집중하니 마음도 편안해진다. 나중에 나만의 공방을 하나 오픈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야구 관람까지 잠깐의 시간이 있어 카페에 갔다. 개인 카페에 단체주문이 들어가니 주문이 밀린다. 한 사람이 모두 마시면 다음 사람 음료가 나온다. 웃기는 상황이지만 막내 두 명에서 우왕좌왕하며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한다. 안쓰럽고 응원하게 된다.


 잠실 야구경기장 앞에 모두가 모였다. 우리 팀뿐만 아니라 팀 윗 단위 조직이 모두 모인 것인데, 못 보던 사람들까지 약 60명이 모였다. 마스크를 쓰고 있기에 한껏 접은 반달눈으로 행복한 웃음을 보여드리며 인사를 건넨다. 야구경기는 길고 팀장님께서는 집이 머니 적당히 눈치 봐서 떠나라고 한다. 하지만 나의 옆 옆 옆 옆자리에 부사장님이 앉아 계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깐이나마 눈이 마주칠 때 세상 기쁜 표정으로 웃어드린다. 팀장님은 상황을 보시면서 나에게 가라고 말하시지만 계약직 신분인 나는 조금이라도 더 있다 보면 계약 연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더 먼저 든다. 결국 경기를 모두 관람하고 귀가한다.


 집에 가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마냥 즐거워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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