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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vecO Oct 07. 2022

정글에서 살아남기

날씨가 좋다. 이 날씨가 언제까지 가려나. 마치 내 상황, 내 마음 같다.




 아침부터 분주했다. 금요일 퇴근 직전 사내 모델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말 내내 옷을 사려 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허탕을 쳤다. 아침까지 고민했지만 결국 마음에 쏙 드는 코디는 하지 못했다. 이렇게 된 이상 메이크업과 헤어에 신경 써본다. 평소보다 꼼꼼히 메이크업을 한다.  오전에 촬영 예정이니 오전까지만 잘 버텨주면 좋겠다. 평소보다 조금 늦어진 출근시간이다.


 항상 타던 지하철 다음 지하철을 탔는데 도착시간은 똑같았다. 그래도 평소처럼 나와서 지하철을 탈 예정이다. 출근길 비상상황에 대비해 시간을 벌어둬야 하기 한다.


 사옥에 거의 다 달았을 때 메일 수신 문자가 왔다. 나의 사수가 먼저 출근해서 포워딩한 메일이었다. 궁금해서 마음이 급해졌다.

 자리에 앉아서 메일부터 열어봤다. 업무지시다! 나에게 할 일이 생겼다. 새 직장에서 두 번째 업무, 아직은 설렌다. 언제까지 이 설레는 마음이 지속될까? 유관부서와의 일정 조율 업무였는데, 이 부분은 나의 전문이라 문제없이 수행했다. 그렇다고 막힘없이 처리한 것은 아니고, 아무래도 다수의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업무 관련 메일을 보내는 것이라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 몇 번을 검토했다.

 그래도 잘 보냈고, 회신도 잘 받아서 처리했다.


 오늘 오전에 사내모델 관련 촬영을 하기로 했는데, 10시에 촬영할 것이라는 안내 후 10시가 다 되어가도 별다른 연락이 없다. 10시 2분쯤 담당자가 나에게 와서 사업팀 허가가 나지 않아 촬영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라며, 오전 중 촬영 예정이라고 안내 후 돌아갔다.

 미리 말해보자면 이 소식을 마지막으로 퇴근 때까지 다른 안내가 없었다. 조금 기대했는데 김이 새 버렸다.


 오늘 점심은 지하식당. 메뉴는 두 가지였지 특정 메뉴의 줄이 유독 길어서 짧은 쪽을 택 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맛없다고 했지만 난 잘 먹었다.

 밥을 먹은 후 사옥 주변을 산책했다. 하이브 건물 앞에 카메라도 있고 어떤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유튜버 풍자였다. 유튜브 촬영 중 인 듯하였다. 한 껏 꾸미고 온 김에 나도 인터뷰하고 싶었지만 나의 내향성 관종력을 숨기고 팀원들과 함께 산책길을 이어갔다.


 오후에는 새로운 퀘스트를 받았다. 데이터를 정리하는 일.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다루는 일 또한 나의 전문이었기에 막힘없이 해 나간다. 하지만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 법. 수치의 오류가 많아 끼워 맞추는데 애를 먹었다. 오늘 마무리지으려던 생각이었는데 조금 더 검토하여 확실히 전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의욕에 앞서 실수하지 말아야지!


 오후에는 갑자기 보고회의에 참여하게 됐다. 부사장님, 상무님께 보고였는데, 보고자료 작성으로 팀원들이 며칠간 골머리를 앓는 것을 지켜보아서 더욱 긴장됐다. 보고가 시작되고 이제 고장 2번째 페이지인데 부사장님에서 잔뜩 화가 나셨다. 태블릿을 던지듯 덮고 뒷 보고 내용은 생략, 문제를 당장 해결하라는 말과 함께 퇴장하셨다.

 참가기한이 지난 대회에 다시 참가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라 모두가 당황했다.


 PC off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지만 아무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이 정글 같은 곳에서 나는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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