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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vecO Oct 11. 2022

맞지 않는 옷

이 자리가 나에게 적합한가? 눈속임으로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하루 사이에 아침 기온이 뚝 떨어졌다. 쌀쌀하니 겉옷이 필요했지만 사무실에 두고 온 카디건을 생각하며 가던 길을 갔다.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길에 나선 오늘 지하철을 타자마자 4호선 지하철 시위 안내 알람이 떴다. 급히 어떤 루트로 가야 하는지 머리를 굴려보지만 마땅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고, 이러한 상황이 나에게 주어진 것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결국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평소와 같은 루트로 가기로 한다. 첫 번째 지하철을 내려서 갈아타러 가는 길.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평소보다는 조금 서둘러본다. 열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난다. 전력 질주한다. 운이 좋게 예상보다 이른 지하철을 탔다. 이대로만 잘 간다면 4호선을 시위 전에 탈 수 있다! 다음 환승역이다. 이번엔 처음부터 질주해본다. 운이 좋았다. 이번에도 들어오고 있던 지하철을 바로 탈 수 있었다.

 8시 1분 평소보다 10분 빨리 회사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선선하니 날씨가 좋다. 회사까지 걸어가던 중 예상에 없던 샛길로 빠졌다. 사옥 주변을 돌다가 평소 출근시간에 맞춰 사무실로 들어갔다.

 산책하면서 여유도 느끼고 주변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오전에는 옆자리에 새로 오신 책임님이 내 경력분야의 제도에 대해 물으셨다. 항상 당연시 생각해와서인지 막상 타인에게 설명하려 하니 말이 꼬인다. 결국 시간을 달라고 말한 뒤 자료를 정리해서 드렸다. 그래도 경력직인데, 아마추어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나의 허술한 면을 들키지 않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해야겠다.


 어제 부사장님의 지시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직원과 팀장이 출근해있었다. 얼굴이 좋지 않다. 직원은 점심도 거른다. 머지않아 내 일이 될 것 같아서 타인의 일인 양 넘기기가 힘들다.


 오후에는 나에게 주어진 일을 처리했다. 큰 집단에서 중간관리의 역할을 해본 적은 없어서 궁금한 것들이 많다. 오늘은 사수의 휴가날이라 내일 질문할 것을 잔뜩 적어놓는다.

 

 4시. 오늘따라 시간이 왜 이렇게 더디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이제 좀 적응이 돼서 그런가? 긴장이 풀렸나?

 하지만 아직도 역시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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