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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민국역사박물관 Dec 23. 2021

외국인 선교사, 100년전 한국의 미래를 알고있었다?

개항기 조선을 바라본 외국인 선교사의 기록

헝가리 국가기록원 행사 현장 ©청와대


지난 11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헝가리를 국빈방문 한 김정숙 여사는 헝가리 국립국가기록원을 찾았습니다. 헝가리 국가기록원 소장품 중 1902~1907년 동안 한국에 머물었던 버이 페테르(Peter Vay) 신부의 일기와 저서 내용 중 일부를 처버 써보 헝가리 국가기록원 원장과 최재희 한국국가기록원장이 교대로 낭독하는 행사를 가지기도 했는데요. 특히 버이 페테르의 기록에서 볼 수 있는 문장들은 현재의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또한 김정숙 여사는 버이 페테르의 기록들이 100년 후의 한국 국민들께 보내는 편지같은 글로, 격동의 시기에 무너지지 않은 조선인들의 고귀한 자존심이 기록됐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막 문을 열기 시작한 나라에 발을 들인 외국인들은 과연 우리나라를 어떻게 보고 있었을까요? 이번 기사에서는 헝가리 선교사 버이 페테르의 기록에 대한 내용에 대해 조금 더 들여다보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개항기의 선교사 기록물들에 대해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버이 페테르 신부 ©news1


과연 버이 페테르는 어떤 인물이었을까요? 그는 1902년 고종을 알현한 첫 헝가리인으로, 교황청을 대표하여 세계를 여행하였습니다. 1900년대 초반에 중국, 일본, 우리나라와 같은 아시아 국가들과 아메리카와 같은 국가들에서도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는 새로운 교구 성당과 수도원, 고아원을 건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는데요.


버이 페테르 신부가 남긴 일기(1902년)와 저서(1918년)에서는 1894년 청일전쟁 이후 그가 조선에서 선교활동을 하며 기록한 궁궐의 모습, 조선의 문화, 국민들의 생활상 등이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버이 페테르의 기록들에는 그가 우리나라에 관심을 쏟았던 이유가 드러나기도 하는데요. 그 이유와 내용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그는 선교사와 여행자로서 당시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독교 선교 활동에 가장 수용적인 사람들이라고 여겼습니다. “나는 1905년 베를린 선교회에서 처음으로 한국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한국인을 아는 사람들은 그들의 종교적 신념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라고 언급했는데요. 그는 선교사로서 역할하며, 기독교 정신을 한국에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관심을 갖게된 또 다른 이유는, 당시 국가간의 세력 관계와 정치적 분쟁들에서 한국의 역할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버이 페테르는 “여기 있는 우리는 이 지역에 대한 국제적인 정치적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으며, “부산이 그 특별한 지정학적 위치로 아시아 대륙의 관문 역할을 할 것이라 쓴 적이 있습니다. 거대한 노선은 유럽에서 출발하여 시베리아 중앙아시아를 거쳐 일본과 미국을 향해 이곳 부산으로 이어집니다.” 라고 부산에 대한 언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당시 버이 페테르가 우리나라의 역할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숙 여사는 이에 대해 100년 후를 예견한 듯하다고 언급했는데요. 분단 이후 단절된 남과 북의 철도를 연결하고, 한국과 러시아 유럽을 잇고자하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구상을 완벽하게 예견하고 있는 듯하기 때문입니다.


고전적인 문체와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버이 페테르의 책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매우 흥미로운 기록입니다. 또한 그의 글에서는 한국에 대한 감정들이 명확하게 보여집니다. 당시 우리나라가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에 거주했던 버이 페테르는 청일전쟁 이후 1902년, 러일전쟁 이후 1907년, 그리고 1912년에 머물렀습니다. 부당한 합병과 조약들이 이어지고, 식민지화가 진행되던 상황을 목격하고 경험한 것인데요. “일본인들의 권력과 엄격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한 통제권을 영구적으로 가질 수 없을 것이다. ... 한국을 변화시키려는 일본인들의 시도가 국가적 자부심의 재등장으로 이어질지는 누가 알겠는가. 한국인들은 일본의 정복자들보다 우월하며, 일본의 업적을 달성한 이후, 일본인들의 야심찬 본보기를 따라 한국이 다시 한 번 주권을 회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독립에 대한 주체적 의지와 의식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합니다.




헝가리 국가기록원 행사 현장 ©청와대


그의 기록은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전반적인 아시아-태평양 지역, 특히 우리나라에 대한 그의 예언들은 놀라울 정도로 들어맞습니다. “북아시아의 변화가 세계인들에게 미칠 영향을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세계의 주무대가 더 이상 대서양이 아닌 태평양 지역이 되었을 때, 아시아와 아메리카, 캐나다, 시베리아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나는 항상 한국과 한국인들이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개항의 문을 열고 얼마 되지 않았던 격동의 시기의 조선에서 이러한 면을 살핀 버이 페테르의 문장들은 놀랍고도 신기합니다. 이와 같은 버이 페테르의 예언이 담긴 기록은 100년 이상이 지난, 현재 21세기에 커다란 울림을 주며, 한국의 문화가 세계 곳곳에 퍼진 현 상황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EMPIRES AND EMPERORS OF RUSSIA, CHINA, KOREA, AND JAPAN(러시아, 중국, 한국 그리고 일본의 제국과 황제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도 버이 페테르의 기록물을 소장하고 있는데요. 1906년에 제작된 'EMPIRES AND EMPERORS OF RUSSIA, CHINA, KOREA, AND JAPAN(러시아, 중국, 한국 그리고 일본의 제국과 황제들)'이라는 유물입니다. 하드커버로 제작되어, 총 399쪽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버이 페테르가 동반구 여행 후 러시아, 중국, 만주, 한국, 일본 등을 소개한 내용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는 각국의 외국인 시선에서 본 개항기 조선의 기록물들이 매우 많습니다.

die Katholischen Missionen. Illustrierte Monatschrift 1896-97(가톨릭의 사명 1896-97)©대한민국역사박물관


먼저 독일 관련 기록물로는 1897년에 제작된 'die Katholischen Missionen. Illustrierte Monatschrift 1896-97(가톨릭의 사명 1896-97)‘이 있습니다. 이 책은 총 284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독일어(흑자체)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아시아(한국, 일본), 아메리카 등 가톨릭 선교 대상 지역의 문화와 풍속 등을 소개한 내용입니다.




The Passing of Korea(대한제국 멸망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이승만 대통령 외국인(헐버트 박사) 묘역 시찰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


그리고 미국 관련 기록물은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많은 양의 기록물들이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1906년 William Heinemann(윌리안 하이네만)에서 발행한 Homer B. Hulbert(호머 헐버트)의 'The Passing of Korea(대한제국 멸망사)'가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호머 헐버트는 1895년 을미사변 이후 고종을 호위하고, 최측근 보필 역할 및 자문 역할을 하며 서양과의 외교 및 대화 창구 역할을 하였습니다. 헐버트는 고종의 신뢰를 가장 많이 받은 외국인이기도 했는데요. 을사늑약 사건이 있은 후에 헐버트는 을사늑약의 불법성과 무효성을 국제사회에 알리려 했으며, 고종 황제로부터 친서를 받아 1905년 미국 대통령에게 밀서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1907년 고종의 밀서를 받아, 비밀리에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장에 비밀 특사 3명을 파견하는 데 크게 일조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헐버트는 제4의 특사로 불립니다. 1948년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듬해인 1949년에 방한하였지만, 방한 1주일 후에 헐버트는 병사하였습니다. 그는 8월 11일에 최초의 외국인 사회장으로 영결식을 거행하였으며 오늘날 양화진(楊花津) 외국인 묘지에 묻히게 됩니다. 조선을 구하기 위해 활동한 대표적인 서양인이었던 헐버트는 1950년 3월 1일에 대한민국 정부에서 외국인 최초로 건국공로훈장 태극장(독립장)을 추서받기도 합니다.


THE KOREAN REPOSITORY(코리언 리포지터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History of Corea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또한 헐버트에 관련된 기록물로는 'THE KOREAN REPOSITORY(코리언 리포지터리)'라는 잡지가 있습니다. 이 잡지는 한국에 방문한 외국 선교사들이 한국의 사정을 알리기 위해 발행 하였습니다. 1892년(고종 29) 1월 영국인 선교사 F.Ohlinger(올링거 프랭클린)에 의해 창간 되었으며, 그해 12월에 휴간되었다가 3년 뒤인 1895년 H. G. Appenzeller(헨리 아펜젤러), G. H. Jones(존스), H. B. Hulbert(헐버트) 등에 의해 속간되어 99년 4월 통권 59호로 폐간하게 됩니다. 이 잡지는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 풍습, 종교 언어를 소개하고 있으며, 서구문화를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인식시키는 데도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이외에도 미국의 기록물로는 1891년 John Ross(존 로스)가 쓴 영문 도서 'History of Corea Ancient and Modern with Description of manners and Customers, Language and Geography'가 있습니다. 조선의 역사, 풍습, 언어, 지명 등의 내용이 적혀 있으며, 본문에는 'Corean costumes(한국인 의상), 무측천(武則天) 등의 삽화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THE VANGUARD: A TALE OF KOREA (선구자: 한국의 이야기)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Korea in Transition (전환기의 조선)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그리고 캐나다의 기록물로는 1904년 James Scarth Gale (제임스 게일)의 장편 소설 'THE VANGUARD: A TALE OF KOREA (선구자: 한국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선 후기 평양지역을 중심으로 선교 활동을 한 캐나다 선교사 제임스 게일의 실화를 소설화 한 내용입니다. 본문에는 이해를 돕기 위한 흑백 사진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그는 표지가 인상적인 ’Korea in Transition (전환기의 조선)‘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조선에서 선교사로 활동하면서 조선인의 생활풍습, 조선의 정치적 상황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진 제임스 게일의 여행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Histoire de l'eglise de Coree(한국 천주교회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선교연보 13권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그리고 프랑스의 기록물로는 1874년 파리외방전교회의 Dallet(달레) 신부가 조선의 문화와 조선 천주교회의 역사를 프랑스어로 간행한 책인 ’Histoire de l'eglise de Coree(한국 천주교회사)‘가 있습니다. 이 책은 상·하권으로 구성 되어있는데요. 상권에는 조선 문화 전반에 관한 15개항과 임진왜란 피랍자들의 신교(信敎)와 순교, 한국천주교회의 창설과 관련된 내용에서부터 1831년 조선교구의 설정과 초대교구장 임명까지의 역사 등이 포함되어있습니다. 그리고 하권에는 조선교구 설정 이후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의 입국과 전교 활동, 고종 즉위 후의 교회 상황, 병인박해·병인양요·신미양요에 관한 내용 등이 포함되어있습니다. 또한 가톨릭 전교 원조회에서 발행한 잡지인 선교연보 (13권, 30권, 31권, 32권, 51권, 54권, 55권, 58권, 60권, 61권, 65권, 67권)를 소장중입니다.


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한국에 대한 기록들은 우리나라의 개항 전후의 사회 변화 모습을 알 수 있는 자료로, 한국 근현대사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선교사마다 주관적인 서술로 담아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 차이가 선교사별로 매우 큽니다. 그래서 그런지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는 말씀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벌써 12월이 찾아오고, 연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매년 1월 1일마다 책을 많이 읽겠다는 계획을 세우곤하는데요.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책으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기록 유물도 보고, 근처 서점에서 선교사의 기록들로 12월의 마지막 독서를 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글·기획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걸음기자단 8기 정민경

사진출처 | 본문 사진 하단 표기

참고자료 |

- 대한민국 청와대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근현대사 아카이브 >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 Károly Fendler (2000). Count Péter Vay, Bishop (1863-1948). Korea Journal, 40(3), 299-307

- Peter Vay, Empires and Emperors of Russia, China, Korea, and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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