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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한민국역사박물관 Jan 12. 2022

“이웃을 사랑하라”, 구세군 자선냄비의 발자취

근현대 나눔과 봉사의 역사에 남긴 뿌리깊은 발자취, 구세군

구세군 창립자 부부 (좌) 윌리엄부스, (우) 캐서린부스 ©구세군대한본영


한껏 웅크린채로 겨울 찬바람에 맞서 걸을 때, 어디선가 딸랑거리는 종소리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바로, 빨간 양은냄비 속의 온기로 이웃을 돕는 구세군의 소리입니다. 매년 12월에 거리에 나오는 자선냄비는 많이들 알고 있지만, 구세군이 기독교 교단이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많이 알려져있지 않습니다. 기독교 교단보다는 사회복지단체로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을 듯한데요. 구세군은 근현대의 나눔과 봉사의 역사에 있어 꽤 뿌리깊은 발자취를 남겨왔습니다.


저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서 성경에 대해서 무지하지만, 너무 유명해 익히 들어본 성경의 한 구절이 있습니다. 바로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입니다. 구세군은 성경에서 말하는 이 구절을 기초로 하여 개인구원 뿐만 아니라 사회구원을 목적으로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동아일보에 보도된 구세군 자선냄비 1928.12.22. ©동아일보


우리나라에 들어온 첫 자선냄비는 1928년 박준섭 사령관을 계기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일자리가 없어서 먹고 살기 위한 범죄로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많았고, 특히 1928년에는 가뭄이 심해 곡식 수확량이 적은데다 홍수가 덮쳐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구세군은 당시 자체적으로 모금했던 극기헌금으로 구호를 하려했으나, 구세군 내 분규사건으로 인해 극기헌금이 감소하여 구호에 어려움을 겪게됩니다. 또한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은 재정이 부족하였고, 일본은 전쟁준비로 인해 ‘산미증식계획’이란 명목으로 쌀을 착취하였습니다. 이에 박준섭 사령관은 구호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조선총독부에 허락을 받아 세계 구세군의 구호방법인 ‘자선냄비’를 설치하게 되는데요. 이것이 우리가 현재까지도 볼 수 있는 빨간 자선냄비의 시작입니다.


구세군 자선냄비 ©구세군대한본영


당시 일제의 지배를 받고있던 우리나라의 복지 상황은 처참했습니다. 한국인 상대로는 형식적인 복지만 행하였고, 시늉만 내는 것에 불과했던 것이죠. 또한 공식적이고 전문적인 모금사업이 없었고, 지속적으로 구호활동과 모금을 진행하는 조직의 기틀이 마련되어있지 않았습니다. 1925년 한반도 대홍수 때에 조선 기근구제회가 조직되어 수재민을 돕기 위하여 모금을 하기는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일시적인 모금활동에 불과했습니다.


부족한 복지로 인해 나라 주최가 아닌 일반 민간단체나 개인들은 복지시설을 설립하기도 했고, 빈곤한 무의탁 노인들을 수용하고 보호하였는데요. 이러한 상황속에서 구세군의 자선냄비는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인 모금사업을 할 수 있게하는 기초가 되어주었습니다.



구세군 서울급식소 ©구세군대한본영 | 1954년 구세군 식량배급소 ©국가기록원


또한 구세군은 항상 12월이 되면 급식소를 설치하여 매일 120-130여명의 걸인들에게 따뜻한 국과 밥을 제공해 주었고, 약간의 노동을 통해 장작을 제공해주거나 쉼터에서 쉴 수 있도록 숙박소까지 구비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1930년 1월에는 박준섭 사령관의 부인이 ‘가정단’을 조직하게 됩니다. 가정단은 여성들의 모임이면서 여성운동 단체로서, 사회구원활동의 일환으로 조직된 단체인데요. 여성 계몽운동과 연결되어, 농촌이나 오지에 있는 혜택 받지 못한 여성들에게 도움이 될 수있도록 글을 매달 작성했습니다. 또한 각 교회에서는 가정단을 조직하고 훈련받은 여 사관들이 직접 여성들을 지도할 수 있게 본영에서 자료를 매달 보내주게 됩니다.




1964년 구세군 자선냄비 성금 ©국가기록원 | 그림 1973년 명동 구세군 자선냄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이러한 구세군의 자선냄비 사업은 기존 교회가 소극적으로 해왔던 구제방법을 아주 적극적인 방법으로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불우한 이웃을 돕는 활동에 전 국민이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며 ‘모금문화’라는 새로운 장을 마련해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남을 돕고자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암울하고 가난했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 한 몸 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모르는 누군가를 돕고 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구세군의 자선냄비는 작은 금액이나마 나눔을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서 누구나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발판을 마련해주었습니다. 현 시점까지도 꾸준히 이어져오고 있는 자선냄비는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들이 부담 없이 와서 기부를 하고 갑니다. 이는 부유한 소수층만 기부를 행하는 것이 아닌, 이웃을 돕고자하는 누구나 자발적으로 선행을 베풀 수 있음이 자선냄비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언젠가 ‘진정한 소유는 내 것을 나누어주는 것에 시작된다’는 글귀를 본 적이 있습니다. 내 것을 나누었을 때 돌아오는 기쁨과 뿌듯함은 그 어떤 물질적인 것보다 더 큰 보람으로 다가온다고 생각합니다. 새해에는 내 자신과 더불어, 소외된 타인도 함께 어울러 살아갈 수 있는 한 해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글·기획 | 한걸음기자단 8기 정민경

사진출처 | 본문 이미지 하단 표기

참고자료 |

- 구세군대한본영

- 동아일보

- 강돈구. "구세군의 역사와 정체성." 宗敎硏究 57.- (2009): 1-29.

- 김호규. "한국 구세군의 사회복지활동에 관한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서울기독대학교 대학원, 2013.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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