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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고고 May 17. 2024

동글동글한 마무리

헤어짐의 순간은 동글동글하지 못하고 아프네요

반가운 헤어짐이라는 건 있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오늘은 약 4년 동안 함께 고생한 동료가 퇴사를 하는 날입니다. 아무렇지 않게 출근하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어요.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조금 더 오래 카페에 머물며 이야기를 나눴다는 점뿐이었습니다. 근데 다가올 아쉬움을 모른 척하고 싶었던 것 뿐이었나 봐요. 퇴근시간이 다가오니 힘들 때마다 의지했던 순간들,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조언을 구하던 순간들이 생각이 납니다. 그래도 밖에서 자주 만나면 되는데 슬퍼할 필요 없다며 장난치고 웃어넘겼는데.. 로비에서 움켜쥐었던 감정이 터져 나와버렸어요.


이제부터는 시간과 품을 들여서 약속을 잡아야 하거든요. 아무 말하지 않고 복도를 지나가다가 혹은 메신저로 ‘고생했어’라고 인사할 수 없고, ‘오늘 힘드네요’라고 아무 배경설명 없이 감정적 위로를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을 느껴버린 것 같아요.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에 친하게 지내던 몇몇 동료들과 저녁을 먹으러 갔어요. 하필이면 야근할 때 자주 시켜 먹던 주먹밥을 왜 시켜버렸을까요.. 퇴사하는 동료가 매번 비닐장갑을 끼고 동글동글 한 입 쏙 들어가는 크기로 만들어주던 순간이 더 생각나 버리게 말입니다.


아쉬움이라는 게 함께한 시간과 비례하는 것 같아요. 4년 동안 신규 서비스를 만든다며 매일 야근 택시를 타고 퇴근하며 열심히 일하지 말걸 그랬어요. 그럼 오늘이 덜 아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

2024. 05. 17





ps. 오늘도 비닐장갑 먼저 뺏어 들고 주먹밥을 만들어주네요. 동글동글한 한입 크기의 주먹밥을 만들며 눈물을 참는 동료 모습이 잊히지 않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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