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적으로 나가는 근육을 움켜쥐고 어떤 상태인지 바라보기
팀 동료 분들과 커피 한 잔을 하다가 여자친구와 투닥였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무척 더운 날 운동을 하러 나갔는데, 뜨거운 햇살에 피부가 빨갛게 달아올라버렸다는 이야기를 여자친구에게 하는데 여자친구가 선크림을 왜 바르지 않았냐며 화를 내어 마음이 불편했다는 이야기였어요. 한편으로는 나를 걱정해 주는 마음이 고마우면서도, 화를 내며 타박을 하니 마치 내가 무언가 잘못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저는 팀 동료분께 조언을 건네었어요. 여자친구분에게 '네가 나를 걱정해 주는 마음에 이야기해 주는 건 너무 고마운데, 마치 타박하듯 이야기를 하니 기분이 좋지 못해'라고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답니다.
근데 그 말을 하고 생각을 해보니, 제가 바로 그 여자친구분처럼 말을 하는 사람인 거예요. 걱정하는 마음에 한마디 건넨 건데, 목소리는 한 톤 높아지고 눈썹 앞머리는 한껏 힘이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니 '너 왜 화를 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거든요. 그러면 어 미안.. 나는 화내는 게 아니라 걱정이 되어서라고 얼버무리며 넘어가는 상황이 참 많았어요.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생각하게 되는 날입니다. 슬프거나 우울해거나 즐거워도 반사적으로 '화'라는 감정의 표현이 앞질러 달려 나가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감정인지 느끼기도 전에 습관처럼 표현되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목소리 톤은 높아지고, 눈썹에 힘을 강하게 주면서 말입니다.
오늘부터라도 저는 감정을 잘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려고 합니다. 불편하게 자고 있는 동생을 보고 '똑바로 누워자!'라고 반사적으로 소리치려는 근육들을 움켜잡고 생각해보려 해요. 주말에도 일하고 퇴근해서 많이 피곤해하구나.. 나는 동생이 걱정되는 마음이구나..라고 깊게 느껴보는 연습을 시작하려고요.
이상
2024. 05. 16
ps. 일어나라고 편히 자라고 강요하는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진짜 너무 피곤하면 아무것도 안 하고 쓰러져 누워있고 싶을 때가 있는데 말입니다. 걱정한다고 전했던 말이 내 마음 편하자고 했던 건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