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온전히 태우고 와서 섭섭함도 없다
'나 진짜 제법 멋지게 살았던 것 같아'
퇴사하는 마지막날 가족카톡방에서 나눈 대화를 보니 첫 회사 생활은 제법 멋지게 마무리를 한 건 같아요. 즐거움과 슬픔을 함께 나눈 동료들과 헤어진다는 것은 아쉬웠지만, 마케터로 첫 회사에서 경험해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경험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은 최대한으로 뿜어내며 활동했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에 섭섭함보다는 정말 시원~한 마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2017년 7월 26일. 인턴 합격 결과를 듣고 SNS에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어요. 사회인으로 첫 시작을 하는 스스로가 다짐을 하는 글이었습니다. [잘못인정하기. 사과하기] 정말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었어요.
신입은 돈을 주면서 일을 알려주는 것이라는 회사 임원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때는 회사에서 나도 뭔가 일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배우는 거라니?라고 틱틱거렸었는데요. 3년 차가 되는 순간 깨달았어요. 아.. 나는 그동안 배우고 있었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동안 '일'이라고 생각했던 업무들은 '학습이고 교육'이었던 것을 3년 차가 되는 어느 순간 깨달았어요.
그리고 아주 감사하게도 저는 아주 멋진 상사를 만났답니다. 지금까지도 존경하고 감사한 '타이거'상사!
요즘은 보고서 하나는 잘 쓴다는 주변분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타이거 상사 덕분이라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어요. 하나의 일화가 있는데요. 제가 담당하고 있는 키워드 광고 업무를 더 위의 상사에게 보고해야 하는 업무가 주어졌었어요. 입사하고 1년이 안된 시점이었지만, 보고서를 직접 작성하고 직접 구두보고하도록 타이거 상사가 시키셨답니다. 그리고 그 보고가 완료된 이후에는 저를 자리로 부르셔서, 보고서가 잘 읽힐 수 있도록 작성하는 방법부터 데이터의 정리 방법 및 순서까지 A4용지에 볼펜으로 하나하나 체크하며 알려주셨어요. 누군가는 보고하기 전에 알려줬어야지..라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상사분에게 업무를 전달하기 전/후 스스로를 더 명확하게 인지하고 개선할 수 있었답니다. (감사해요...)
**브런치북으로 글을 작성하며 성과를 만들어낸 경험을 풀어내봤으니 시간 난다면 한번 읽어봐 주세요~(아래)
입사 3년 차가 된 시점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던 저는 회사 내부에서 신규 서비스를 만들겠다며 구성원을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번쩍 손을 들었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4년간 울고 웃고 달려들며 성과를 만들고 성공으로 이끌어내는 경험을 해봤어요.
IT 마케터로서는
퍼포먼스, 데이터, 콘텐츠, 프로모션, 온/오프라인 등등 마케팅이라고 불리는 모든 채널을 활용하여 전략을 구성하고 실제 액션으로 이끌고 성과를 만드는 멋진 경험을 했습니다.
직장인으로는
마케터가 아닌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등 다른 직무의 사람들과 원팀으로 구성된 목적형 조직에서 커뮤니케이션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직무에 따라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접근하는 관점이 다름을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기 위한 세부 액션을 조율하고 실행하는 멋진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라는 인간으로는
깊게 고민을 할 기회가 주어졌답니다. 주 52시간을 넘기며 일하는 달이 많았어요.(이게 가능한 근무 조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는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제한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라는 존재보다는 '직장인'으로 내가 만드는 서비스에만 몰두하기만 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번아웃이라는 것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인지? 무엇을 목표로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것인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인지 존재의 의미를 깊게 생각해 볼 기회도 얻었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yesiam
회사 안에서의 직장인이 아닌 IT 마케터라는 '직업인'으로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싶은지가 명확해졌습니다. 자연스럽게 행동에도 말에도 자신감이 붙어났던 것 같아요. 주변 동료들이 평가할 때는 두려움이란 없고 목표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 강강약약이라며, 강한 사람에게는 강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약한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평가를 받았지요. 그렇게 명확한 관점을 가지며 뚜렷한 사람이 되어갔습니다.
하지만, 인간인데 어찌 두려움이 없겠어요 ㅎㅎ 속으로는 '이렇게 행동해도 되는 건가', '나 때문에 다 망하면 어찌하지..'고민도 무서움도 가득했지만 절대 입 밖으로 내뱉지도 티 내지도 않으려고 했어요.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는데, 교수님이 해주신 말 중에 잊히지 않는 것이 있거든요. 생각하는 것을 입 밖으로 꺼내면 그것을 나 스스로 듣고 남도 듣게 된다. 긍정적이면 힘이 되지만, 부정적이면 약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거라는 것이었지요.
또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했어요. 실수를 또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싶은 순간들을 스스로 인지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잘하는 사람이고 싶은데, 실수는 저를 못난 사람으로 만들 거라고 생각해서 아닌 척 묻어버려고 했었어요. 그럴 때마다 입사 때 올려둔 글을 가끔 찾아봤습니다. '멋진 어른이 되자.'
스스로 괜찮은 첫 회사생활을 했다고 칭찬하고 있었지만,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퇴사인사로 건네주는 한마디들이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었구나'하고 느껴지며 인정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런 마음들을 잘 담아두고자 브런치에도 남겨봐야겠습니다.
또 다른 챕터를 시작하며,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사탕하나 까먹고 에너지 충전하듯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