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알아채는 센스와 동질감
'(간절 눈빛)'
'(고개 끄덕)'
출근길 버스에 사람이 가득해서 기사님 문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서있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사람 많은 출근 버스는 흔들리는 버스에서 중심도 잡아야 하고, 밀려오는 사람들 틈에 숨 쉴 공간도 확보해야 해서 정신이 없지만 그런 와중에도 제법 신이 나는 순간이 있어요. 바로 기사님 옆자리 카드 찍는 기계 앞에 서야만 하는 순간입니다. 더 이상 안쪽으로 들어갈 수 없어 유일하게 서있을 수 있는 자리가 그곳일 뿐일 때, 피곤한 아침이지만 나도 모르게 신이 나곤 합니다.
like 산타가 된 느낌. 정류장 가까이 다가가면 버스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마치 미어캣처럼 고개를 들어 같은 쪽을 바라보고 있어요. 내가 버스 기사라면 제법 멋진 일을 하고 있다고 뿌듯해질 것 같기도 합니다. 단지 옆에 서있기만 했을 뿐인데,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산타가 된 기분이 들거든요.
그리고 나도 모르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노래를 부르게 되는 순간이 있어요. 문이 잘 닫힐까?라고 생각이 드는 정도까지 사람들이 탑승하게 되면 마지막에 탄 몇몇 분들이 교통카드를 찍을 수가 없게 됩니다. 그분들은 카드를 들고 본인도 모르게 간절한 눈빛을 발사하시게 되는데요,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카드를 받아 기계에 태킹을 해줍니다. 카드 한 장을 건네기도, 지갑을 건네기도, 핸드폰을 건네기도 합니다. 한 명이 4명의 교통 카드를 받아서 찍어주기도 해요. 근데 이 모든 과정이 정말 단 한마디의 말이 없습니다. 그저 이 숨 막히는 아침 버스에서 '힘들지? 조금만 참자.. 줘봐 이건 내가 해 줄게.' 하고 든든하게 말을 건네주는 느낌이 들 뿐입니다.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고 지친 마음으로 타는 퇴근 버스보다 지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루를 시작할 에너지가 가득 채워져 있는 아침버스가 저는 조금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이상
2024. 08. 01(목)
ps. 7월 중순. 서울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던 아침에 출근하는 친구가 보내준 사진입니다. 차바퀴의 1/3이 물에 잠길 정도로 도로가 물바다가 되었지만 출근길 물결에 올라타야 하지요. 각자에게 주어진 책임감을 지키기 이런 날씨에도 출근하는 멋진 사람들입니다. (아무튼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