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아버지와 같은 느낌인데..?!' 도움 필요하신가요?!
'할아버지, 집이 어디세요?!'
평일 저녁에 동생에게 전화가 왔어요. 이건 누나만 공감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잘 들어보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지하철 역에 잠깐 갈 일이 있었는데, 할아버지께서 누군가를 붙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고 계셨다고 해요. 근데 잘 들어보니 집을 가야 하는데 길을 알려달라는 이야기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순간 할아버지 말투나 분위기가 '치매' 노인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느낌을 바로 알 수 있는 건 저희 할아버지도 '치매'를 가지고 계셨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동생은 할아버지에게 휴대폰을 주실 수 있냐고 물어보고, 가족들이라고 추측되는 분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고 합니다.
가족들과 통화를 하다 보니, 집은 '강동역'이신데 '서현역'까지 왜 가신지 모르겠다며 택시를 태워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하셨다고 해요. 과거에 우리도 직접 겪어봤던 일이 있기에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하며 할아버지를 택시에 태워드렸다고 합니다. 보호자에게는 택시 기사번호를, 택시기사에게는 보호자 번호를 알려드려 통화가 되도록 하고 차 번호까지 찍어서 보내드렸다고 했어요.
그 이야기를 듣는데, 너무 벅차면서 잘했다는 이야기가 나도 모르게 입에서 계속 나오더라고요.
사실 저희에게도 할아버지가 갑자기 먼 곳을 가셔서 당황했던 일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도움을 받지 못해 무섭고 화가 나는 기억이기도 합니다.
할아버지께서 노인정을 가시면 늦어도 오후 3시면 집에 들어오시는데, 그날은 6시가 넘어도 집을 오시지 않으셨어요. 목소리는 매우 신나 보이셔서, '오늘 노인정에서 화투가 잘 되시나 본데?!'라고 웃으면 넘겼지만 시간이 늦어질수록 걱정이 늘어가고 있었어요. 그런 와중에 7시였을까요.. 할아버지가 지금 종각에 있는데 곧 갈 거야 라는 이야기를 갑자기 전화로 하셨습니다. 종각이라니요...? 집에서 종각까지 적어도 40분이 넘게 걸리는 곳인데, 최근 6년간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지 않으신 할아버지가 혼자서 종각이라니 온 가족이 혼비백산이 되었어요.. 그런데 전화는 받자마자 끊어버리고, 받지도 않으시고... 그러다가 전화벨이 한참 울려서인지 모르는 누군가가 받았는데요. 대뜸 화를 내셨다고 해요. "여기 00 약국인데, 우리 8시에 문 닫으니까, 그때까지 오던지 안 오면 나도 몰라요!!!" 치매 노인이셔서 조금만 보호해 달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화만 내시다니...
저희가 대중교통과 자차를 이용해서 이동해도 8시 안에는 절대 도착을 할 수 없기에, 저는 빠르게 상황을 판단해서 파출소에 연락을 드리고(다행히도 할아버지가 계시는 약국에서 파출소까지 3분 거리였습니다) 치매 노인이신데 파출소에서 보호를 해주실 수 있겠냐고 부탁을 드렸답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파출소로 할아버지를 모시러 갔었어요. 하필이면 그날 비가 많이 와서 할아버지 신발과 옷은 다 젖어 있었고, 저녁을 차려드렸는데 점심도 못 드셨는지 허겁지겁 드시면서 허허허 웃으시는데....
다음날 아침이 되어 종각까지 왜 가셨냐고 물으니 아무 기억이 없다며, '허.. 참.. 내가 미쳤나.. 하..'하시는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그리고 치매라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구나를 느꼈던 일입니다.
이런 기억이 있기에 우리 남매는 길을 가다가도 노인분들에게 시선이 자꾸 가나 봅니다..
이상
2024. 09. 08(일)
ps. 아마 할아버지가 젊으실 때, 종각이나 종로에 가서 이발도 하시고 약도 사 오셨던 기억이 거기까지 가시게 된 것 같아요. 어떻게 거기까지 가신 지는 아직도 미스터리지만요.
저 일이 있고 난 후, '치매' 노인분들에게 위치 추적기(=배회 감지기)를 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근처 치매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답니다. 할아버지 옷과 신발, 지팡이에 치매 노인 인식표도 부착을 했어요. 혹시라도 가족분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물품이 있다면 [지역명 +치매 안심센터]를 검색해서 도움을 요청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