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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단고고 Sep 09. 2024

이사 떡 대신 이사 소금 인사

잘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너무 나대나..? 할까... 말까...??'


요즘 시대에 뭔 이사 떡이야?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이사 떡을 나눠 드리는 게 제법 익숙하답니다. 집이 이사할 때 혹은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시는 매장이 오픈할 때 떡을 들고 여기저기 인사드렸던 기억이 제법 새록하거든요.


최근에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법 오래 거주할 목적이 있기에 이사를 하고 같은 층과 아래층에 인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요즘 시대에 옆집에 누구 사는지도 모른다는데 괜히 인사하면 다들 부담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또 한편으로는 안타깝게도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을 편히 먹기 걱정스러운 시대이기에 떡이 아닌 무언가를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답니다.


우선, 이사 인사를 하는 게 맞나 아닌가 고민이 들었지만 이건 한다고 해서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결론이 생겼어요. 생각보다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인사를 하게 되더라고요. 다음으로는 그럼 어떤 선물을 하는 게 좋을까 많은 생각을 했는데, 이웃주민들의 연령층이나 가족 구성원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기에 남녀노소 누구에게 다 필요한 것을 선물하고 싶더라고요. 그러다가 떠오른 것이 바로...! '소금'


소금은 악한 기운을 눌러준다는 의미도 있고, 살아가는데 한 번은 꼭 필요한 것이기에 좋은 선물이 될 거라고 생각을 했답니다. 이런 마음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며 꼼꼼히 제품을 찾아서 구매를 했습니다. 그리고 선물에 짧은 인사말을 쓰고 봉투에 넣어 문마다 봉지를 걸어두었답니다.


이렇게 선물을 하고 나니, 왜 고민을 했을까 하고 고민한 시간이 어이가 없어지더라고요. 선물을 받는 사람이 달갑던 그렇지 않던 그냥 선물한 그 행동이 스스로에게 너무 뿌듯했거든요. 마음을 전달하는 행동 자체가 나에게 큰 행복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답니다.


이상

2024. 09. 09(월)

*24년 5월의 어느 순간을 기억하며




ps. 사실 선물을 하고 며칠은 두근두근했어요. 갑자기 마주쳐서 막 고맙다고 인사를 하시면 어떻게 반응해야 하지 하며 혼자 상상의 나래를 키웠거든요. 하지만 우습게도 선물을 하고 한동안 이웃주민을 단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답니다. 하하 ㅋㅋㅋㅋ


그러고 한참 지난 어느 날 밤늦게 엘리베이터를 누군가와 같이 탔는데, 몇 층을 가시는지 누르시지를 않는 거예요.. 그래서 뭐지..? 했는데 드디어 같은 층 주민을 만났던 거였답니다. 그분이 내리시면서 어머! 선물 주셨던 분이군요!!! 제가 늦게 퇴근하는 일이 많아서 선물 받고 인사도 못 건네었네요!! 하시더라고요.


다들 속으로는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들이 다 품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품고 있는 마음을 나라도 더 티 내야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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