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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개미핥기 Nov 24. 2020

Moo'tice

#09, 아프지 마세요 - 제가 더 아파요


다음 날 온 연락은 간단했다.


"시장에서 아파서 쓰러졌어요. 그래서 연락을 하지 못 했어요. 이제야 정신차리고 연락해요."


그 연락을 받은 후 나는, 바로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울리는 그 시간 동안 나는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을 건네야 하는 것일까? 괜찮냐는 말을 먼저 해야하는 걸까? 아니면 당장 간다고 말을 해야 할까? 전화 신호가 가는 그 짧은 시간이 나를 더욱 압박했다. 받아도, 받지 않아도 내게는 힘든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전화를 그냥 끊을까? 카톡으로 연락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전화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기도 결정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수화기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라고 말하는 그 사람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멀쩡했다. 쓰러졌다는 사람의 목소리가, 방금 전까지 힘들어서 누워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 사람의 목소리가 너무나 멀쩡했다. 또한, 그 사람은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 있었다. 시끌벅쩍한 소음은 카페에서 나는 소음이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와 배경에 깔리는 음악소리.


나는 그 상황에서 TV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라 믿고 싶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는 그 사람의 가족에게서 나오는 소리길 바랐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 사람은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 나와있었다. 그 사실을 알아챘지만, 나는 무던하게 물어봤다. 아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봤다.


"괜찮아요? 지금은 어때요?" 그리고 차마 뒤에다가 "어디에 있어요? 집이 아닌데요?"라고 물어볼 수 없었다. 그걸 물어보는 순간 그 사람이 '아픈 사실'이 '#거짓'으로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그 충격을 나는 감당하기 힘들거라 생각했다. 내게는 너무 가혹한 순간이 될 것이고, 이 #관계 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까 걱정됐다. 그래서 난 그 사람을 너무나도 걱정하는 #사랑스러운사람 처럼 연기해야'만' 했다.


나의 물음 뒤에 그 사람은 태연하게 말했다. "네, 조금 괜찮아졌어요. 지금도 힘들어요. 그래서 집에서 쉬고 있어요." 태연한 그 사람의 태도와 말투를 수화기 너머로 들으며, '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를 계속해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숨긴다고 이 감정이 숨겨지지는 않았다. 앙금처럼 마음 속 깊은 곳에 차곡차곡 쌓일 뿐이었다. 이 앙금은 어느 새 내 몸 속에 쌓인 중금속이 됐다. 해소할 수 없는 잔존물이 됐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내게 건네는 거짓된 상황이 늘어날수록, 나는 그 사람과의 연락에 집착했다. 단 한 순간이라도 이야기를 통해  쌓인 앙금을 해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그 사람이 여전히 나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행동은 모두 #부질없는눈물 이 되어 돌아왔다. 나의 집착스런 행동이 쌓일수록, 눈물이 되어 흘러 내렸고, 그럴 수록 그 사람은 내게서 정을 더 떼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2~3년 뒤에 결혼하자는 그 말 또한 멀어졌다. 20년이 되어도, 30년이 되어도 이루어질 수 없는 약속이 되어갔다. 


그 앙금을 마음 속 깊은 곳에 내재한 뒤, 나는 다시 한 번 말을 건넸다. "아프지 마세요. 당신이 아프면 제가 더 아파요. 그러니까 아프지 않게 몸관리 잘해요." 이 말을 건넨 후, 우리 사이에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 사람은 나의 이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내가 더 #구질하게 말을 하거나, 행동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긴 침묵이 이어진 후에, 그 사람은 내게 간단명료한 답을 전했다. "네, 알겠어요." 그리고 통화는 끊겼다. #무심히도#무던히도, 우리 사이에 옛 감정은 남아있지 않은 듯 했다. 그렇게 우리 사이의 거리는 수화기 너머 전해진 거리만큼 멀어진 듯 보였다. 간단한 하루의 안부를 전하는 연락이 한 달간 오고 간 후, 우리는 종착지를 향한 마지막 여정을 떠났다.





ps. 내가 쓰는 이 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소설인지, 글인지, 구성도 없고, 맥락도 의미도 없다. 그저 그때마다 떠오르는 내 생각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그러니 만약 봐주시는 분이 계신다면 양해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는 내 흐름을 따라와주시길 바랍니다.


#의식의흐름기법 #모더니즘 #날개 #박태원 #이상 #처럼되고싶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그래도쓴다 #소설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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