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만난 김밥
물과 뭍에서 푸릇 생명이 솟는 제주에서도 이제는 못 먹는 김밥이 있다. 꽁치 김밥이다. 10여 년 전 꽁치는 생선 구이집에선 주문하지 않아도 딸려 나오는 기본 반찬이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꽁치 김밥’을 간판으로 내건 식당에서조차 볼 수가 없다.
“사장님 꽁치김밥 있어요?”
“없어요. 꽁치 없어요.”
“언제 있을까요?”
어차피 우문이었다. 꽁치 김밥을 놓친 혀끝이 아쉬워 괜히 물은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근 바다 꽁치가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가 이미 전부터 났다. 안 잡히는 꽁치로 어찌 꽁치김밥을 만드나. 꽁치 조업하는 국가의 어획량은 2008년 61만 8319t에서 2021년 9만 2206t으로 85% 줄었다. 어종 보호를 위해 매년 어획 상한선을 낯추고 있지만 결과를 낙관할 근거는 없단다. 루시드폴의 노래 ‘돈이 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바다를 가르던 고등어보다도 더 싼 꽁치였는데. 이제는 사라져서 밥상에 못 올리는 ‘없치’가 될 판이다.
얄쌍한 꽁치가 눈을 반짝 뜬 채 길쭉한 김밥 안에 모가지를 삐죽 내밀고 들어앉은 모양새를 상상했다. 또, 비릿한 속재료가 김밥에 어울리게 만든 미식을 궁금해하며 찾았는데 허탕을 치고 말았다. 그 이유가 휴무일도 아니고 메뉴 변경도 아니고 바다에 꽁치가 사라져서라니. 꽁치 김밥을 바라던 눈과 혀의 관능은 실망이 아니라 애도를 향했다. 바다에 없는 꽁치, 꽁치의 부재를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