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 복잡한 세상 속 삶의 가치
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이야기
일본 문학작품은 인간의 심연을 세밀하게 파고드는 섬세함과 더불어 우리와 정서가 닮아있다. 나쓰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오에 겐자부로, 무라카미 하루키에 이르기까지. 읽는 내내 인간 존재를 사유하게 한다. 그중 일본 문학의 거장을 꼽으라면 단연코 나쓰메 소세키다. 인간 본성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에서 우러나는 유머와 철학적 깊이가 그의 작품에 담겨있다. 이름 없는 존재의 자아 탐구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복잡한 세상 속의 단순함 <도련님>, 필요 없는 문장은 단 한 줄도 없는 <마음>, 잃어버린 청춘의 한 조각 <산시로>, 갈등하는 인간의 본성 <그 후>처럼 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다.
도련님, 그 단순한 청년
오늘은 단순함이 가진 힘을 통찰한 <도련님>을 소개한다. 정의와 순수함을 간직한 한 청년이 위선적인 세상과 맞서는 통쾌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간결하면서도 재치 있는 문체와 묵직한 메시지로 마음을 울린다. <도련님>의 주인공, 도련님은 얼핏 보면 얼치기에 고지식해 보인다. 세상의 기준에 비춰봐도 단순하다 못해 유치하다고 느껴질 만큼 직설적이다. 그는 남들이 복잡하게 꼬아놓은 세상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올곧게 살아간다. 어린 시절부터 사고뭉치로 자랐지만, 기요 할머니의 헌신적인 사랑 속에서 자란 덕에 그의 본성은 남들에게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으로 자리 잡았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도련님은 교사가 되어 지방에 새로이 부임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동료 교사들과 갈등을 겪는다. 특히 권위적이고 위선적인 상사들과의 대립은, 복잡하고 불합리한 사회에 대한 통쾌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정의와 불의, 올곧음과 위선이라는 대립 구도에 비춰, 도련님의 성품과 신념이 더욱 빛난다.
얼치기 도련님이 올곧고 고운 성품을 지닌 청년으로 성장하는 데는 하녀 기요 할멈의 덕이 크다. 기요 할멈은 ‘도련님은 올곧고 고운 성품을 지녔어요’라며 애지중지하는 마음이 도련님을 대한다. 늙은 할멈 기요가 도련님에게 보내는 마음은 ‘무한한 신뢰와 전폭적인 지지’ 뿐이다. 소설 속에서 도련님이 기요 할멈에게 3엔을 빌린 후 갚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은 정말 압권이다. 누군가 자기 사람에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신뢰가 아닐까 싶다.
올곧은 삶이란?
소설 속 도련님은 세상의 복잡한 규칙에 자신을 맞추지 않는다. 그는 옳다고 믿는 일에 망설임 없이 뛰어들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나선다. 이런 단순함은 곧 주변과의 충돌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충돌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 단단함을 갖고 있다. 도련님의 단단함은 기요 할멈의 지극한 사랑이 원천이다. 그가 세상의 복잡함에서 꺾이지 않도록 보내는 '위하는 마음'이 그것이다. 소설을 읽다 보면 알게 된다. 사랑과 신뢰 속에서 자란 사람만이 세상을 이렇게 단순하고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을.
도련님처럼 산다는 것
나쓰메 소세키 선생을 읽다 보면 복잡한 세상에서 나만의 사유와 시선을 되새기게 된다. 과거 나는 세상의 복잡한 규칙과 타인의 시선에 얽매여 살았다. 그리고 주변의 인연들은 지리멸렬하게 나를 흔들어 댔다. 지금 돌아보면 스쳐가는 인연일 진데도 나의 일상이 휩쓸리곤 했다. 그것은 아마도 건강한 관계와 사랑의 부재, 혹은 지나친 현실 인식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 내게는 기요 할멈이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도련님처럼 단순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없었다.
올곧음을 넘어
도련님처럼 단순하게 산다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나만의 올곧음을 찾는 것 또한 쉽지 않다. 하지만, 내게도 언제부터인지 시작을 알 수 없는 변화가 찾아왔다. 기요 할멈이 도련님을 지켜줬듯, 중년이 된 지금 나는 누군가의 기요 할멈이 된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현암사,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