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한 말은 무의식,적으로 나온 거야.

무의식에 대한 짧은 생각

by 읽는 인간

영화의 짜릿함은 마지막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영화를 좋아하십니까?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유주얼 스펙트"와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식스 센스" 보다 더 극적인 반전은 아직 못 봤습니다. 저는 식스 센스를 더 좋아합니다. 아마 1999년 가을 여자친구와 함께 보던 추억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식스 센스(The Sitxth Sense)는 우리말로 하면 "육감"입니다. 육감이라는 언어가 주는 신비하고 미스터리한 느낌의 영화입니다. 심리학자를 연기한 브루스 윌리스도 좋지만,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년을 연기한 할리 오스먼트의 연기가 더 좋습니다. 소년이 가진 특별한 능력은 죽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거죠.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나는 볼 수 있다는 게 재능이 될 수도 있지만 악몽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할리 오스먼트는 어린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재능과 악몽 사이를 오가는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줍니다. 당시 영화를 보면서 제목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체 감각을 통해 느끼는 오감을 넘어선 신비로운 감각, "육감".


영화에서는 죽은 사람을 빌어 육감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가늠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신체 감각으로 느낄 수 없으니 육감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깨뜨린 게 있습니다. 요즘 TV 채널 어디든 만날 수 있는 '관찰카메라 예능'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최초의 관찰카메라는 오은영 박사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육아 프로입니다. 당시 그 프로가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였습니다. 문제의 부모가 있을 뿐, 문제의 아이는 없다. 그리고, 오은영 박사의 코치를 받게 되면 문제의 아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변화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은영 박사가 남들은 갖지 못한 특별한 능력을 가진 걸까요? 저는 관찰카메라에 그 답이 있다 생각합니다. 오은영 박사는 부모와 아이의 일상이 담긴 영상에서 수많은 정보를 정확히 읽어냅니다. 일거수일투족에서 드러나는 무의식적인 말과 행동에 문제의 원인과 답이 모두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들은 평소 생각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며 후회를 합니다. 그러면, 화면에 담긴 모습이 자신들은 전혀 몰랐던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상당수는 배우자 또는 주위에서 이미 여러 차례 얘기를 해줬지만, 흘려듣거나 회피했을 겁니다. 자기에겐 보이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화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직면하면서 많은 생각을 갖게 되는 거죠. 저는 오은영 박사와 제작진이 정말 놀랍다 생각한 게 관찰카메라를 통해 우리의 무의식을 화상으로 직면시켜 준 것입니다. 인간의 무의식에 대해 수많은 전문가 분들이 설명하고 있지만, 이동식 박사의 말씀이 가장 직관적인 것 같습니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남들 눈에는 다 보이는 것"입니다. 억압과 반복으로 형성되었으니 나는 알 수 없지만, 일거수일투족에서 묻어나니 남들은 아는 거죠.


누군가를 만나 얘길 나누다 보면 느낌적 느낌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뭐라 표현할 수 없지만, 상대의 말과 달리 느껴지는 그 무엇입니다. 육감이라 해두죠. 상대의 의식과 무의식의 간극에서 오는 이질적인 느낌 말입니다. 툴툴대는 츤데레에게서 느껴지는 따스함, 부드러운 이중인격자에게서 느껴지는 차가움 같은 거죠.


"방금 한 말은 무의식적으로 나온 거야.", 뭘 전달하고 싶은 걸까요? 특별히 의도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온 행동이나 말이니 신경 쓰지 말라는 거겠죠. 본심이 들켜 어색함을 덜려 에둘러하는 말이겠지만, 듣는 사람도 신경이 쓰이지 않을까요? 의도치 않게 상대의 본심을 알게 되어 상대도 당황했을 겁니다.


이렇게 우리는 누구나 상대의 무의식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나는 내 무의식을 볼 수 없다는 게 문제긴 합니다. 그 특별한 능력을 좋게 사용하면 상대 내면을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면, 나쁘게 사용하면 상대를 질책하고 아프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 특별한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요? '식스 센스'의 주인공들처럼 타인의 무의식이 보이면 애써 들추려 하기보다 살짝 덮어주는 겁니다. 그리고, 자신의 무의식을 마주하면 멋쩍어하기보다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겨주는 거죠. 잘났던 못났던 내가 미처 몰랐던 내 모습을 내가 아니면 누가 반겨주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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