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다리 건널 때까지
할아버지는 키가 크고
어깨는 약간 굽어 있다
나이는 얼핏 80 후반대
호리호리한 체형이다
날마다 우리는 3시 반에 만난다
반려견 산책 시간이 같고
한 아파트 살기 때문이다
빨간 해병대 티셔츠와
깔맞춤의 빨간 트레이닝 바지
해병대 모자를 쓰고
포메라니안과 함께 나타난다
그의 포메라니안은 작고 앙징맞다
작고 가벼운 생명체는
한 줌 목에 줄을 매달아
할아버지를 끌고 산책시킨다
그 아이는 알고 있는 듯하다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그래서 세상을 향해
겁날 것도 없이 까불어 댄다
할아버지가 귀신 잡는 해병대여서일까
행복이란
딱 저만큼 일지도 모른다
나는 바라보며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용히 기도한다
포메라니안이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할아버지는 이 땅을 두 발로 걸어주시길
기억이 흐려지지 않고
그 이름을 끝까지 불러줄 수 있도록
하루의 산책을
함께 끝내고
함께 돌아오는 길이
오래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누구도 먼저 슬프지 않게
그 둘의 그림자가
줄로 이어져
나란히 걸어가기를
나는 두 손을 모은다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게
정말 간절한 마음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