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가끔 울었다》

14. 윤슬의 고요함을 닮고 싶다

by 서원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고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구에게 착하게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 안의 파문을

가라앉히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고요가 아닐까

다정한 모습으로 미소 지으며

분노는 가려진 채

나도 모르는 거짓된 가면을 쓰고


나의 그런 모습을 본 사람들은

고요하다고 칭찬한다

그 말속에 난 움찔할 때가 있다

그리고

난 내게 물었다

진짜 나를 위한 고요는 어떤 것일까


나는 그걸

윤슬 위에서 배웠다

햇살이 잔잔한 물결 위를

조용히 스쳐갈 때

물결은 아무 소리 없이

빛을 되비추고 있었다


그 빛은 요란하지 않았고

누구에게 닿으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그저 거기 있었고

존재만으로 충분히 아름다웠다


그걸 보며

나는 나 자신이 윤슬 같기를 바랐다

남을 위해 억지로 빛나지 않아도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내 안의 고요에서 번져 나오는 빛으로

내 삶을 환히 밝혀주는 사람


시끄러운 대화에서는 물러나기도

내 감정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게 되었다


고요는 내가 나를 만나기 위한 문이었다

거기선 꾸미지 않아도 됐고

울지 않아도 됐고

숨만 쉬어도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비로소 나는

관계나 역할을 벗어나

고요 속에서 살아있는 사람


이제 내가

조용히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에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게 된 순간이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누군가의 기분을 먼저 살피지 않아도 되는 순간

그냥

숨 쉬고 있는 내가

그 자체로 괜찮은 시간


나는 그걸

윤슬 위에서 배웠다

햇살이 잔잔한 물결 위를

부드럽게 스치는 순간

아무 소리 없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것들


그때 문득 깨달았다

고요는 조용함이 아니라

내 안에서 드디어

'나'라는 사람의 움직임이 시작되는 것이란 걸


그 순간부터

나는 불필요한 설명을 멈췄고

누구의 기대에도 맞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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