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가끔 울었다》

15. 나는 나로 살아간다

by 서원

이제는

나를 울렸던 기억보다

나를 이끄는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누구에게 얼마나 헌신했고

무엇을 얼마나 포기했는지

그런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


나는 충분히 울었고

이제 더 이상

엄마로서의 서사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그 서사를 살아냈다는 건

더 이상

내가 무엇을 견뎠느냐보다

내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물어야 할 시간이라는 뜻이다


나는 지금

비워낸 자리 위에

무엇을 채울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아름다움이 남은 날들을 원하고

부드럽고 단단한 사람들과 마주하고 싶다

아무 말 없이 책장을 넘기는 평온함

커피 향으로 시작되는 조용한 아침

그리고 내 안의 목소리를

하나씩 꺼내 적어보는 일상


오늘 나는

하늘거리는 보라색 꽃 앞에서 웃고 있다

약한 흐린 하늘이

내 감정을 대신 보여주는 것 같았다

햇살은 없었지만

빛은 있었다


꽃은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았고

하늘은 구름을 품은 채

그저 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 풍경은 나 같았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계속 쓸 것이다


이제 나는

엄마이전에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이 마지막 글은

가끔 우는 엄마가 아닌 다짐이다


여전히 나는 쓰고 있다

내 이름으로



엄마는 가끔 울었다 는 나를 찾기 위한 첫걸음이었습니다. 이제 하늘, 바람, 구름 따라 발길 닿는 대로 흘러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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