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공황을 겪은 지 어느새 2년이 지나간다. 불안을 겪기 전과 지금, 내 일상은 아주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그대로인 하루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는 꽤 많은 것을 조심하며 살아가고 있다. 정말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나를 지키기 위해 작은 변화들이 내 하루에 들어와 있다.
-영화관에 가는 게 망설여진다.
중,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만날 때면 3-4번 중 한 번은 꼭 영화를 보러 갔다. 긴 시간을 때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영화도 볼 수 있으니 그 시절 우리에게 영화관은 필수 코스였다. 덕분에 나는 많은 영화들을 볼 수 있었고, 영화 감상이라는 하나의 취미를 추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영화관을 가지 않고 OTT를 토해 영화를 본다. 물론 영화값이 오르고, 재미있는 영화가 적다는 이유도 있지만 나에겐 더 큰 이유가 있다.
어둡고 밀폐된 공간, 닫힌 문, 빠져나가기 어려운 자리,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간... 이 모든 것들이 나의 불안을 발생시키고, 금방이라도 공황이 올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혹여나 영화관에서 공황이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함으로 점차 피하게 되었다. 친구들과 약속을 할 때에도 영화를 보자는 이야기가 나오면 다양한 핑계를 대며 영화관을 피했다.
-카페인과의 이별
불안장애를 진단받기 전, 나는 하루 2-3 잔씩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카페인 중독자였다. 아침에 눈을 뜨려고 한 잔, 점심 먹고 잠 깨려고 한 잔, 오후에 시원하게 한 잔. 거의 매일 커피를 마셨다. 그러나 불안과 공황을 진단받으며 의사 선생님께서 커피를 줄여가라고 하셨다. 불안의 신체증상으로 심박수 상승이 있고, 불면에도 카페인은 적이기에 카페인을 줄여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매일 커피를 먹던 내가 갑자기 커피를 끊기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카페인은 오히려 갑자기 끊는 것이 더욱 좋지 않기에 점차 줄여나가는 방법으로 커피를 끊었다. 처음엔 하루 한 잔, 3일에 한 잔, 일주일에 한 잔... 점차 줄여가니 이제는 카페인이 없는 음료만 먹으며 살고 있다.
언젠가 다시 아메리카노를 여유롭게 마실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커피 대신 나를 더 오래 지켜주는 선택을 하고 있다.
-어디든 함께하는 약
예전엔 집 밖을 나갈 때 지갑, 휴대폰을 필수적으로 챙겼다. 요즘은 지갑, 휴대폰과 더불어 약을 필수적으로 챙겨다닌다. 혹시 공황 혹은 심한 불안이 생길 때를 대비해서 약을 챙겨다닌다. 꼭 약을 복용하지 않더라도 내가 약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에도 이제는 약을 필수적으로 챙긴다. 작은 정제 알약 몇 개일 뿐이지만, 나의 편안한 여행을 지켜주는 든든한 도구이다. 약 덕분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웃고, 낯선 도시의 밤공기를 마시며 즐거운 여행을 완성할 수 있다.
이처럼 불안과 공황을 겪은 뒤, 내 일상은 아주 조금씩 달라졌다. 별 것 아닌, 아주 작은 변화들이지만 속에는 나를 지키기 위한 노력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러한 일상은 조금 불편하긴 해도, 평화롭다. 영화관 대신 집에서 영화를 보고, 커피 대신 따뜻한 차를 마시고, 지갑과 함께 약을 챙기며 시작하는 하루. 오늘도 나는 불안과 함께 하지만 불안에 잠식되지는 않는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