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우울 등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을 복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 역시 처음 처방을 받은 2년 전부터 꾸준히 약들을 복용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약에 대한 편견이나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데, 오늘은 약을 복용하고 있는 나의 이야기를 통해 정신과 약에 대한 편견, 약을 먹은 뒤의 변화 등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처음 진료를 받고 약을 받은 날, '아.. 나는 약을 먹어야 하는 상태구나.'라는 생각에 조금은 무거운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정신과 약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혹여나 부작용이 있는 건 아닐까, 중독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 처음엔 거부감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일상생활을 하는데에 어려움이 있었기에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약을 복용하게 되었다.
약을 처음 먹었을 때, 가장 크게 좋아진 것은 심박수가 안정되었다는 것이었다. 나의 가장 큰 불편함은 높은 심박수였는데 약을 먹으니 심박수가 안정되며 확실히 예전보다 불안이 줄어들었다. 솔직히 그 외에는 크게 체감되는 변화는 없었다. 이 이야기를 의사 선생님께 우울과 불안에 대한 약들은 조금 더 긴 기간 동안 약을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셨다. 그러면서 약을 복용하며 잠이 많아지거나, 어지러운 등의 부작용이 없으면 한 달 정도 꾸준히 복용하며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셨다.
그 후, 약을 꾸준히 먹으며 나는 수면 패턴을 잡을 수 있었고, 공황 발작이 생기는 상황도 많이 줄었다. 2년 동안 상황에 따라, 증상에 따라 약을 조금씩 바꾸며 꾸준히 복용하였고, 이제는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는 상황까지 많이 회복되었다.
지금 내가 먹는 약은 총 네 가지이다. 뉴프람정은 공황과 사회불안 같은 증상을 조절해주고, 인데놀정은 불안이 생길 때 발생하는 떨림과 같은 신체적 증상을 완화해준다. 아빌리파이정은 항우울제의 효과를 보완해주는 보조 치료제로 복용하고 있고, 트라조돈염산염정은 밤에 잠들기 어려울 때 도와주는, 수면 유도제 역할을 한다. 이 약들은 모두 정신과 선생님과 충분히 상의하고, 그때그때 내 상태와 상황에 맞춰 복용하고 있는 약들이다. 약 이름이나 기전을 모두 외우지는 못했지만, 선생님은 항상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처방의 이유, 복용할 때의 주의 사항, 그리고 내가 어떤 상태이기 때문에 이 약이 필요한지를 말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무서웠다. 약 이름을 검색하면 '중독', '의존', 항정신의약품' 같은 단어들이 나왔고, 그것을 보는 것 만으로도 내가 심각한 상황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을 먹는다는 것이 내가 나를 감당하지 못하고 망가져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 약들이 나를 지탱하며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그저 버티기에 급급했던 하루가, 약의 도움을 통해 조금은 덜 힘든 하루가 되었고, 무너질 것만 같은 순간 나를 붙잡아주는 존재가 되어주었다.
여전히 나는 약을 먹어야 하고, 상담을 통해 내 불안을 통제하며 일상생활을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즉 나는 아직 완치되지 않았다. 누군가는 약을 그렇게 오랜 시간 먹고도 완치가 되지 않았냐고, 앞으로 얼마나 약을 더 먹어야 완치되는 것이냐고 물을 수 있다. 사실 나도 모르겠다. 왜 아직도 나는 약을 먹어야 하고, 언제쯤 그만 먹을 수 있는 것인지. 하지만 나는 이제 약을 먹는 것이 두렵지도, 부끄럽지도 않다. 약을 먹는 다는 건 내 삶을 스스로 지켜내고 있다는 증거니까, 나를 돌보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