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치의 운동일지

-못하면 어때, 하는 게 중요하지

by 따뜻한 나라

나는 운동을 정말 싫어했다. 체육시간엔 항상 가장 뒤에서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있었다. 땀이 나고, 숨이 차고 이런 느낌들은 나에겐 그저 불쾌한 감각일 뿐이었다. 그런 내가 헬스장?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랬던 내가 올해, 헬스장에 등록했다. 그것도 3개월짜리 PT수업까지 함께. 이 변화는 정신과 선생님의 권유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2년 전부터 만났던 모든 의사 선생님들은 나에게 운동을 권하셨다. 운동이 우울과 불안에 도움이 된다며 꼭 거창한 운동이 아니더라도 가벼운 산책이라도 항상 권유하셨다. 그때마다 나는 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운동하기를 꺼렸지만, 올해는 그 말이 뭔가 다르게 다가왔다. '꼭 잘하지 않더라도 괜찮지 않을까? 그냥 일단 시작해 보자!'라는 작은 용기로 나는 운동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였다.


나를 담당해 줄 트레이너와 카톡으로 간단한 상담을 마친 뒤,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첫 수업에서는 우선 인바디를 측정하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배우며 내 몸의 가동범위를 확인했다. 물론 첫 수업이고, 트레이너도 내가 처음으로 운동을 해본다는 것을 알아서 그랬던 것도 있겠지만 정말 하나도 힘들지 않은 수업이었다. 간단한 스트레칭과 러닝머신은 힘들다기보단 오히려 개운하고, 시원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이 수업을 통해 나는 자신감을 얻었다. "아, 운동이라는 게 생각보다 무시무시한 게 아니었구나!"


그 후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여러 가지 기구를 사용해 운동을 하고, 스쾃, 런지 등 다양한 운동을 진행했다. 운동이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힘들고, 땀도 많이 나고, 숨도 찼다. 하지만 그런 감각들이 예전처럼 불쾌하게 다가오진 않았다. 오히려 땀이 나고, 숨이 좀 차야 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증거인 것만 같고, 땀 흘리는 내 모습이 기특하게 느껴졌다.


운동을 시작한 뒤, 실제로 내 불안장애에도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큰 변화는 심박수가 올라가도 예전만큼 무섭지 않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심박수가 오르며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고, 호흡이 딸리는 감각은 나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러나 요즘은 조금 다르다. 운동을 하며 심박수를 올리고, 호흡이 차는 경험을 해보며 이러한 감각들이 위협적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내 몸의 감각에 예전보다 덜 민감하게, 덜 무섭 된 것이다.


운동을 하며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나의 자존감과 관련된 것이다. 예전엔 하루 종일 무기력하게 있거나, 그저 누워서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았다. 그런 나를 보며 나 스스로를 한심하게 느끼고 그런 무력감이 이어졌는데, 운동을 시작하니 운동을 하는 날이면 내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해진다. 또한 운동을 가지 않는 날에도 조금씩 움직이며 예전과 달리 무기력하게만 있지 않는다. 다른 누군가가 보기에 내가 하는 운동은 거창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은 변화만으로도 나는 나에 대한 무력함보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아직 나는 운동을 시작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동안 나에게는 다양한 변화들이 있었다. 심장이 빨리 뛰는 감각에 익숙해졌고, 내 몸이 조금씩 단단해지는 걸 느꼈으며, 무엇보다 '할 수 있다!'라는 감정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 운동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몸을 움직이고, 땀을 흘리는 것은 나에겐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나는 계속 몸을 움직여보고 싶다. 이 감각이, 이 땀이, 그리고 이 ‘해냈다’는 느낌이 내가 나를 믿게 해주는 드문 순간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불안과 공황은 여전히 나와 함께하지만, 이제는 운동이라는 루틴도 나와 함께하며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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