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정이 묻혔다. 내가 지층 공사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오늘 진행되었다. 공사를 진행해주시는 대표님과 팀원 분들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지만 평창동에서 큰 돈 들여 공사를 하고 난 뒤 정화조 냄새 때문에 7년여를 고생했던 트라우마가 있던 나는 지층 화장실 공사가 계속 마음에 걸려 있었다.
생각보다 아담한 사이즈의 집수정에 으잉? 하기도 했다. 약수통에 들고가는 물통 사이즈 정도인데 이것이 집수정의 기능을 하는구나… 여기에 펌프가 달려서 끌어 올린다는 거지… 그렇다면 저장 능력보다는 잠깐 모아뒀다 퍼 올리는 기능에 더 충실한 것 같긴 하다… 어쩌면 그것이 더 냄새에는 강할지도… 근데 여기에 모여 있다가 펌프가 못 퍼 올리면 안에서 계속 쌓이고 넘치다 으으으으…. 이런 생각들이 계속 머리를 떠다녔다.
아내는 걱정하는 나를 보고 한 마디 해 주었다. “다 잘 될 거야.” 리모델리을 하면서 좋은 점은 평소보다 더 배우자가 동료 같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같이 던전 퀘스트를 깨러 가는 파티원처럼 느껴진달까. 한 사람이 멘탈이 흔들릴 때면 옆에 있는 파티원이 힐을 해 주는 느낌이랄까. 묻히기 전 집수정을 오전에 보고 나서 진짜 하루 종일 걱정을 했었는데 저녁 산책 때 아내가 해 준 한 마디에 온 종일 하던 걱정이 사르르 녹아 들었다. 그래, 우리가 일을 벌이긴 벌였고 이제 잘 되는 일만 남았지! 하는 생각을 용감하게 하게 되었다.
화장실이 될 공간에 창문이 나 있었다. 이걸 살리느냐 벽으로 막느냐 고민이 많았었다. 주말 내내 유튜브를 보면서 이런 저런 정보를 수집했다. 우리 부부는 화장실마다 창이 있는 집에서도 살아 보았고 지금 아파트처럼 화장실마다 환풍기만 달려 있는 집에서도 살아 보았다. 결론은 “그래, 자연 환기를 이길 순 없겠지. 창문을 살리자!” 로 했다. 생각해 보니 지금 아파트에서는 샤워를 하고 힘펠을 돌려도 화장실에 뭔가 꿉꿉함이 계속 있는데 샤워를 하고 창문을 열어 잠깐 환기를 했던 평창동 화장실은 항상 뽀송뽀송했기 때문이다.
* 이젠 되돌릴 수 없어... 같이 가는거야. 오래오래 잘 해보자!
* 배관이 왜 벽 끝까지 가지 않은 거지??? 걱정을 하고 있으면 모든 것이 걱정 거리로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배관이 끊긴 채로 묻은 것 같아 보였다! 내일 이 부분에 대해서 꼭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