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지층 화장실의 형태가 나왔다! 머릿속에서 이런 모습일까 저런 모습일까 상상만 하고 있었는데 벽돌로 라인이 잡히고 바닥에 설비가 깔리고 그 위에 방수가 올라가니까 제법 화장실 다운 화장실의 형태가 생겨서 신기하고 놀라웠다.
지층 화장실을 만들면서 배웠던 점이 있다. 노후주택 리모델링을 하는데 있어 아이디어가 참 중요하다는 것이다. 처음 화장실을 만들려고 계획했을 때는 마당에 있는 정화조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방이 무조건 화장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하에 있는 보일러실이 화장실이 되면 어떨까요? 하는 아이디어가 나오자 그 아이디어로부터 그렇다면 보일러실에 임시 정화조 기능을 만들고 보일러실과 가장 가까운 방에 화장실을 만들면 어떨까요? 로 발전된 설계가 나왔다. 그러자 화장실을 만드는 방에 탕비실 기능을 넣어서 물 쓰는 공간을 한쪽으로 몰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처음 생각했을 때 당연히 사무실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방은 화장실과 탕비실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오늘도 생각이 현실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왔다. 사람들은 집을 크게 고치거나 새로 짓겠다고 하면 십년은 늙는다는 소리를 하며 다들 손사레를 치고 말리곤 한다. 하지만 나는 요즘 하루하루가 참 재미있고 의미 있다. 아내와 나의 머릿속에 있던 집이 조금씩 조금씩 한 바닥 한 바닥 모습을 띄어가는 것을 보는 것이 감동스럽다. 내일부터는 난방배관이 깔릴 예정이다. 우리 부부는 아파트처럼 방방마다 온도 조절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드렸다. 그럼 난방배관이 어떻게 깔리는지 내일 가서 보면 또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 화장실 앞에 있는 싱크대와 밖으로 뺀 세면대, 양변기 배관이 완성되었다. 작지만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는 화장실의 탄생이 기대가 되고 있다. (창문 밖에 보이는 저 오동나무를 어찌 해야 할꼬...... 옥상까지 자라나서 엄청 크다)
* 원래는 집 안에 집수정이 있었다. 오래된 집수정을 파 내서 밖으로 꺼내고 바닥을 메꿔 거실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 흙이었던 바닥이 탄탄해지고 있다. 이 공간에서 나는 작은 소파에 앉아 쉬고 책을 보고 음악을 들을 생각이다. 지금 상태를 보면 상상이 어렵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상상하고 있다.
* 반영구 졸라 펌프. 내게 남은 반평생 동안 별탈 없이 잘 돌아가주기를 기도한다.
* 바닥에 단열재를 깔고 있다. 지하는 확실히 밑에서 올라오는 습이 대단하다. 아이소핑크가 힘을 쓰겠지만 솔직히 이 녀석들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습기 열심히 돌려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