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부의 이야기

27화. 바람 든 남편

by 권에스더

위로 딸 셋에 막내가 아들인 집이었다.

아버지는 약국을 운영하셨는데 이제 그만하시겠다고 큰딸에게 물려준다 하셨다.


국문과를 나온 큰딸은 할 수 없이 야간 약대를 다시 입학하여 약사 자격증을 받았다. 공부는 힘들었지만 약국은 잘돼서 돈은 부러움 없이 벌었다.

그러다 좀 늦은 결혼을 하여 딸을 둘을 낳았는데 남편은 아들을 원해 하나 더 낳기를 바랐다.


부인은 지금 딸을 기르며 일하는 것도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고 있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남편을 위해 한번 시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아들이 아닌 딸을 낳았는데 그것도 쌍둥이였다. 그 시절은 쌍둥이가 그리 흔하지 않았다. 요즘은 인공수정 때문에 배란 촉진제를 맞아 쌍둥이가 많다.

갑자기 딸이 네 명이 되자 남편은 실망이 컸 더 밖으로 돌았다. 이해가 안 되는 면이다. 딸은 자식이 아닌지....


남편은 갑자기 회사도 그만두고 정계에 관심을 갖고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며 부인이 번 돈을 가져다 쓰기 시작을 했다.


권세운이 없었는지 남편은 첫 번째 출마에서 낙마를 했는데 포기를 못하고 더 매달렸다.

그러는 가운데 불행이 찾아왔다.

부인이 유방암에 걸린 것이었다.


수술날이 잡혀 수술받으러 가는데 남편은 나타나지 않았다. 바쁜 일이 있다며 못 온다 했다.

이 말을 친정 엄마가 울면서 하셨다.

"내 딸 너무 불쌍해서 어떡해. 그 미친 사위 놈 때문에 더 불쌍해!"


남편은 정치에 빠져있었다.제 국회의원이 되는지만 관심사였다.

집안일은 몰랐다. 아니 관심이 없었다.


부인은 수술 후에도 계속 일을 해야 했고 남편은 무관심했다.

사람이 도박에만 마약에만 술에만 중독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남편은 공천과 출마에 빠져 있었다.


결국 이 부인은 병을 앓다가 돌아가셨고 친정 엄마의 통곡 속에는 사위에 대한 원망이 멈추질 않았다.

"애만 낳고 돈만 벌다간 불쌍한 내 딸~"

그 심정을 누가 위로 할 수 있겠는가!

다 사위 때문에 이렇게 됐다며 울었다.

남편의 사랑을 받았으면 그래도 친정 엄마의 슬픔은 좀 줄지 않았을까?


밤낮 약국에 서있던 아줌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뒤로 약국의 주인은 바뀌었다.

아줌마의 모습은 이제 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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