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보고프니 엄마야.

4화. 어린 자식을 잃은 엄마

by 권에스더

어느 날 마가 살던 동네에 천연두가 돌았다.

서울 한복판인데 그랬다.

천연두는 지금은 없어진 질병으로 여겨지는 병인데 우리 오빠가 어린 시절은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전염병이 돌자 동네의 아이들이 죽어갔다. 살아나도 앓고 나면 얼굴에 흉터가 남아 사람들은 이런 얼굴을 곰보라 하였다. 죽거나 심각한 후유증이 남는 그런 무서운 질병이었다.


앞집 아들도 걸렸지만 우리 집은 우리 큰오빠와 두 살 어린 여동생이 걸렸다.

그때 엄마에게는 자식이 남매뿐이었다.

남매가 모두 천연두에 걸려 앓고 있으니 엄마의 근심은 말도 못 했다. 치료방법이 없어 원도 소용이 없는 병이었다.


엄마는 두 아이를 밤낮없이 간호를 했는데 큰오빠는 열꽃이 온몸에 돋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것은 터져 피고름이 흐르다 진물로 바뀌면 딱지가 앉았다. 큰오빠는 이 열꽃이 혓바닥까지 돋아 밥을 먹을 수도 없었다. 혀도 피고름이 흘렀다. 차마 뜨고 볼 수가 없는 몰골이었다.

보는 엄마도 엄마지만 어린 오빠의 고통은 말할 수 없었다. 그래도 울고 보채지 않았다.

세 살밖에 안된 오빠는 엄마가 주는 밥을 받아먹었다. 다 헐어 피고름이 나는 혀로 밥을 먹었다.

정말 질긴 생명력이었다. 이를 보고 엄마는 감탄을 하였다."저 어린것이 살려고 안간힘을 쓰다니..."


반면 어린 여동생은 열꽃이 손등에 딱 하나 나와 엄마는 경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며칠 있다 먼저 죽었다.

얼떨결에 자식을 잃은 엄마는 딸자식을 가슴에 묻고 아직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

죽은 딸을 위해 눈물 흘릴 겨를도 없었다.

아들마저 잃을까 너무도 두려웠다.


아들이 뭐라도 먹을 수 있게 미움을 쑤어 마시게 하니 죽지는 않고 연명을 하였다.

아들은 온몸에 열꽃이 피어 진물이 흐르고 피딱지가 않기 시작을 하였다.

엄마는 오빠 얼굴에 꽃이 하도 많이 피어 살아난다 해도 곰보를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웬 할머니가 지나가며 "아들이 천연두를 앓는구먼~ 흰쌀을 한 대접 담고 거기에 검은콩을 드문드문 박아 두고 밤새 삼신할미께 비시요. 제발 곰보는 되지 말게 해 달라고!"

그 말을 남기고 할머니가 가자 엄마는 얼른 앞집 엄마에게도 전했다.


앞집 엄마는 그 시절 명문여자고등학교출신이어서 그랬는지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ㅇㅇ 엄마!"

엄마는 "힘든 일도 아니니 난 밑져야 본전이라 여기고 밤새 빌어보겠어요."라며 돌아오셨다.

그 시절 아무 신앙도 없던 엄마는 이라도 콩이라도 상관없이 매달려야 했다. 그날 밤 아들을 위해 콩이 박힌 쌀 대접 앞에서 밤새워 빌 또 빌었다."아들을 도와주세요, 제발~"


오빠는 혼나게 앓고 딱지가 떨어졌는데 얼굴은 흉터가 하나도 없어서 몸을 봤는데 몸에도 흉터 하나도 없었다.

하도 신기해서 앞집을 달려가보니 앞집 아들은 딱지가 떨어진 자리가 움푹움푹 파여 얼굴이 흉터로 뒤덮여 있었다.

"이런 일을 겪으니 세상에 신기한 뭔가가 없다는 말을 못 하겠다." 하셨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앞집 아들은 커서 장가를 가기 위해 얼굴박피를 하느라 정말 많은 고생을 하였어도 흉터가 좀 흐려졌을 뿐 다 없어지지는 않았다.

앞집 엄마도 미친척하고 빌어보지.,..

누가 알는가? 혹시....

세상은 우리 이성으로는 이해 못 하는 것도 많고 모르는 것도 많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미신에 무조건 매달려 살라고 하는 말은 아니다.

이런 신기한 일도 엄마는 겪으셨다고....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03화보고프니 엄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