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콩닥콩닥 적응기
1화. 늦은 나이에 얻은 내 아들!
독일에서 공부가 끝날 무렵 나는 많이 아팠다.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았지만 알아낸 병명은 갑상선 기능저하와 빈혈이었다. 그에 대한 치료를 받았지만 약간의 차도가 있을 뿐 무언가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날로 몸은 허약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산부인과에 갔더니 풍진항체가 없으니 앞으로 아기를 낳을 거면 예방접종을 하자했다.
풍진은 바이러스로 감염되는데 산모는 열이 오르고 발진이 좀 생기고 끝나지만 배속의 아기는 심장기형 혹은 귀가 안 들리는 심각한 후유증이 생기는 질병이다. 그래서 요즘은 보통 소녀시절에 접종하는 질병이다.
자꾸 아픈 터라 "몸이 약해 아기를 낳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했더니 의사가 말하길 " 아기는 아기대로의 운명이 있으니 엄마가 약하다고 약한 아이 낳는 것은 아니다." 라며 나에게 힘을 주었다.
"동양철학을 했나? 서양사람이 웬 운명론? " 의아했지만 접종을 했다.
그러고도 한참 어려운 시간을 견디며 공부를 겨우겨우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와 어느 날 아기를 가졌다.
이때도 사실 몸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귀국 후 일자리도 알아보지 않고 잠만 잤다.
잠만 자다가 깨면 연속극만 보다 나은 아들이 내 아들이다. 그래서 많이 미안하다.
태교를 해야지 라는 생각이 들면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하긴 했지만 유난스럽게 하진 못했다.
그렇지만 먹고 싶은 음식은 정말 많았다.
평상시 먹지도 않던 순대가 먹고 싶고 군만두가 하늘에 날아다니고 비빔냉면이 먹고 싶어 냉면만 먹었다. 그래서 중국집에 가서 군만두를 시켜 혼자 다 먹고 주스는 또 얼마나 많이 마시고 참외는 또 얼마나 좋아했는지.....
평상시 내가 아니었다.
나중에 보니 아들이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연속극만 봐서 그런지 아들이 연속극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태교가 있나?!
그 의사 말대로 나는 약했는데 아들은 건강했고 씩씩했고 따뜻했다.
내가 기운이 달려 "아들, 엄마가 힘들어."라고 하면 세 살짜리가 "엄마, 쉬세요." 하며 방문을 닫고 혼자 거실에서 놀았다. 자다 보면 아들이 엄마 옆에 누워 같이 자곤 했다. 같이 못 놀아줘서 많이 측은했다.
이런 아들이 유치원에 갔다.
그전엔 거의 아픈 적이 없던 아이였는데 유치원만 갔다 오면 열이 오르고 아파서 아마 안 간 날이 더 많았다. 어떤 아이가 기침하면 옮고 어떤 이이가 코 흘리면 옮고 어떤 아이가 뾰두라지가 나면 같이 나고 정말 많이 아팠다.
사회생활시작의 첫 번째가 면역강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감염시킬 수는 없고 주변 아이들과 많이 접촉을 시키고 나서 사회생활을 시켜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는 단독 주택이고 아이가 별로 없는 동네에서 살았다. 그래서 그런 고충을 겪었다.
이렇게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어느덧 내 병은 사라졌다. 아들이 크도록 괜찮다가 갱년기가 오고 다시 증상이 나타났다.
의사의 말이 일종의 공황장애라 했다. 독일에서 힘들고 오래 아팠던 것이 이 때문이라니 좀 많이 놀랐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아들이 다 치료를 해주며 태어났구나! 뱃속에서도 엄마를 챙겼구나!"
엄마는 아기가 태어날 태 다시 태어난다더니 우리 아들이 그렇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대견한 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