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위험한 민간요법
어린 시절 차를 탈 일이 없다 보니 차멀미가 심했다. 차를 타지 않고 버스가 지나가기만 해도 경유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파 집에 가서 누워있어야 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어디를 간다는 것은 큰 결심과 각오가 필요했다. 먹은 것을 다 토할 테니 말이다.
어린 시절 어느 날 엄마가 집수리를 하시느라고 일주일가량 고무신이 물에 젖은 채로 신고 다녔더니 엄마 발에 무좀이 생겼다. 엄마는 가려워서 고통스러워했고 그 당시 사람들이 좋다고 한 것은 다해보았지만 차도가 없었다.
하루는 누가 모래찜질이 좋다고 해서 엄마는 동생과 나를 데리고 뚝섬으로 갔다.
그 시절은 뚝섬에 고운 모래사장이 있고 맑은 물에 송사리가 다니고 있었다. 저 멀리는 위커힐이 보여 간혹 연예인이나 부자들이 수상스키를 타는 모습이 보였다. 시원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나도 타고 싶은 맘은 없었다.
뚝섬은 우리 집에서 꽤 멀었다.
난 버스 타는 내내 구토가 나서 가능하면 자려고 애를 썼지만 잘되지 않았다. 먹은 음식을 토해놓으면 주변 사람들과 엄마가 힘들 것 같아 올라오는 것을 다시 삼키며 버텼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잘되지 않아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근처 쓰레기통에 다 토했다. 그래도 어린 나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내리자마자 쓰레기통이 있어 천만다행이었다.
더러운 모습을 보여 주변에 미안했지만 속은 후련했다.
괴로움은 사라지고 살 것 같았다.
강가로 걸어가는데 모래가 엄청 뜨거워 발을 디딜 수가 없었다. 동생과 나는 빠른 속도로 달려 물가로 갔지만 엄마는 모래에 천천히 발을 지지며 걸었다,
물에 담근 수박과 참외가 떠내려가지 않게 잘 담가놓았다가 한참 놀다 먹고 삶은 달걀도 먹었다.
우리는 물에서 놀았지만 엄마는 모래찜질을 위해 뜨거운 모래에 발을 넣으며 참고 걸어 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동생과 나는 수영복이 속옷이었다. 그래도 부끄럽지 않고 즐거웠다. 그 시절은 대부분 수영복이 없어 그랬다.
물놀이를 마치고 집으로 와야 하는데 다행히 버스 안에서 잠이 들어 멀미를 하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멀미는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와 귀의 균형 감각이 맞지 않아 생기는 것이니 자면 해결된다.
엄마는 뜨거운 모래에서 데일정도로 지졌지만 무서운 무좀 곰팡이를 제거하지 못하고 또 시달렸다.
또 어떤 사람이 무좀발을 빙초산에 담그면 다 낫는다고 일러줘 엄마가 어느 날 대야에 빙초산을 풀고 발을 담갔다. 우리는 자러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에 엄마발을 보았는데 껍질이 다 벗겨져 피가 흐를 것같이 새빨간 살이 나와있었고 엄마는 발이 아파 잘 걷지도 못해 붕대를 감고 겨우 다녔다.
세상에 그 지경이 되도록 하다니,...
"엄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한참 고생 한 후에 발에 살이 돋고 정상화됐지만 민간요법은 좀 무지막지하다는 생각을 했다. 함부로 전할 것도 함부로 따를 것도 아니라는 생각은 여전하다. 물론 그 당시는 병원도 열악하고 많지도 않았다. 어쩌다 외과 내과 같은 것은 있어도 개인 피부과는 없었다.
대부분 민간요법에 의존하고 그랬다.
요즘도 암에 좋다고 하여 대학병원 근처약국에 "개똥쑥 있음"이란 글을 본 적이 있다.
이것을 먹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간 수치가 올라 병원행을 했는지 모른다.
또 한동안 암에 개 구충제가 좋다고 해 품귀현상을 빚었다. 개 구충제가 없으면 말구충제라도 먹는다 했다.
지금도 계속되는지는 모르지만,...
민간요법은 일단 정확하게 어떤 물질 몇 그람을 넣고 물을 얼마를 넣는지 정확한 양을 모른다. 대충이고 끓여서 얻은 액체의 순도도 모른다. 또한 우리 간이 얼마까지 견딜 수 있는지도 모른다.
정확하게 확인된 것이 없는 상태다.
이런 것이 문제라 남의 말을 무턱대고 들어선 안된다. 어쩌다 몇 명이 좋아졌을 수는 있다.
암에 걸려 낙담해 있는 사람들에게 어느 한의원에 가면 낫는다 해서 그 말을 믿고 퇴원해 한약 다린 울만 마시다 악화되어 병원을 다시 찾은 사람도 보았다. 약값도 비쌌다.
그 사람이 결국 재발되어 죽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것은 오랜 시간 잊히지 않는 상처였다.
중병에 민간요법에만 의지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냥 남의 말에 혹하지 말고 신중하게 결정하시길 바란다!
물론 상황이 어려운 것은 알지만 그럴수록 이성을 차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