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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면 그리움

2화. 좁은 골목길

by 권에스더

요즘 북촌 한옥마을에 가보면 골목길이 많이 좁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저리 좁은 골목에서 놀았나? 처음에는

잠시 낯설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 기억 속의 집과 골목을 보는듯해서 금방 정겨워진다.

앞집이 가까워 저녁식사 후 서로 문간방 창문으로 이야기하던 즐거움도 있다. 문간방 창문은 천정가까이 있어 작은 나는 의자를 놓고 올라가야 했다. "밥 먹었어?" "뭐 먹었어?"

일상을 공유하던 앞집 친구...


옆집 대문이 열리면 들어가서 구경하던 그 집 마당, 그 집은 내 또래 어린 친구가 없어서 대문이 잘 열리지 않았다.

어쩌다 들어가 보니 수세미도 유자도 호박도 열려있어 기억에 남는다. 수세미는 그때 처음 보았다.


좁은 골목에서 뛰어놀던 시절이라 이이들이 놀면 문간방 창문으로 내다보며 "시끄러워! 딴 데 가서 놀아!"

라며 소리 지르던 아줌마의 붉은 머리도 떠오른다.

왜 머리카락이 붉었지?

아이들이 "빨강머리 여우아줌마"라 불렀다.

우리가 좀 놀면 늘 소리 지르던 그 아줌마는 아기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시끄럽다며 애들을 싫어했다.


동네 길이 흙길이라 비가 오면 질펀해서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신었던 하늘색 장화도 떠오른다.


우리 엄마는 내 동생이 남동생이라 내 것을 살 때는 무엇이나 하늘색이었다.

작아지면 동생 준다고....


그래서 난 스타킹도 늘 하늘색이었다. 난 빨간색 스타킹이 신고 싶다고 했는데도 엄마는 하늘색을 사주었다.

그것이 내 것인지 동생것을 잠시 빌린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곱게 쓰다 물려줘야 했다.


눈이 오면 동네 꼬마들 소리로 더웠던 골목이었다.

눈싸움, 눈사람 만들기, 눈썰매 타며 질렀던 소리와 열기들로 가득 찼던 골목길이었다.

아무리 추워도 막을 수없던 아이들의 열정이 있었 골목길이었다.


우리보다 이목구비가 크거나하면 "아이노 꼬래요"하며 알지도 못하는 말로 아무 생각 없이 친구를 놀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우린 모르고 돌팔매질을 많이 한단 생각을 이제 한다.


골목길에 살던 친구들이 하나씩 이사를 갔다.

골목은 점점 짧아졌고 골목 끝집은 가게로 변했다.

큰길 도로는 점점 넓어졌지만 은 골목길에선 부를 친구들의 이름 사라졌다.


난 학년이 올라갈수록 하교 후 밖에 나가지 않았다. 물론 하교시간이 늦기도 했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공부할 양이 많아졌던 탓도 있지만 골목길엔 그리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젠 지나다 만나도 못 알아볼 친구들이다.

어릴 적 친군데....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을 공유한 친구지만 골목길이 사라진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 시절의 행복은 내 머릿속엔 남아있어 아직도 날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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