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 멈춰 선 나를 부드럽게 안아주는 시간
살면서 우리는
자주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그 질문은 하루의 끝,
불 꺼진 방 안에 혼자 누워 있을 때 문득 마음속에서 피어오릅니다.
그날 하루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그럴 때면 생각이 깊어지곤 하죠.
‘내 삶은 앞으로 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멈춰 선 걸까?’
어떤 날은 분명히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지만,
또 어떤 날은 멈춰 선 나를 보며 조용히 속삭이게 됩니다.
“나는 자라야 하는데…
어딘가에 멈춰 있는 것 같아.”
마치 시간은 쉴 새 없이 흘러가는데,
나는 그 흐름에 비해 너무 느리게,
한 걸음도 떼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의 저는 문득문득 어린아이 같은 제 모습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서툴게 말하고, 괜히 눈치를 보며 망설이는 모습.
그럴 땐 괜스레 마음이 아릿해집니다.
오래된 사진 속에서
단발머리 초등학생 시절의 제가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처럼요.
시간은 분명 오래 흘렀지만,
그 사진 속 아이는 아직도 제 안에 조용히 살아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닫게 됩니다.
그동안 참 쉼 없이 달려왔구나.
늘 무언가를 해내야 했고,
잘해야만 한다는 부담 속에서
제 안의 어린아이는 조용히 숨죽이며 뒤로 물러나 있었던 거죠.
하지만 그 아이는 사라진 게 아니라
여전히 제 마음 한편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상담 수업에서 ‘내면아이’에 대해 배우던 날,
교수님은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내면의 어린아이와 화해하는 순간,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됩니다.”
그 말은 지금도
제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습니다.
이 생각은
심리학자 존 브래드쇼의 주장과도 닿아 있습니다.
그는『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내면아이와 화해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된다.”
어쩌면 제가 글을 쓰며
유년의 기억을 자주 꺼내는 것도
그 아이와 마주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생각이 멈춘 것 같아’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멈춘 시간 속에서도
저는 조용히 숨 쉬고 있었고,
내면 깊은 곳에서는 무언가가 자라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마치 씨앗이 겨울 땅속에서 조용히 견디며 싹을 틔울 날을 기다리는 것처럼요.
겉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어 보여도,
그 조용한 시간은
저에게 꼭 필요했던 쉼표였는지도 모릅니다.
어떤 마음이 자라고 싶어도,
어떤 말이 터져 나오고 싶어도,
그저 멈춰 있는 듯 느껴질 때.
우리는 참 많이 스스로를 몰아붙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그 시간들을 ‘정체’라기보다 ‘성장을 위한 뿌리내림’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어린아이처럼 울기도 하고,
작은 일에 상처받기도 하고,
때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이 미워지기도 하는 그 모든 감정.
이제는 그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껴안아주기로 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서툴러도 괜찮다고,
그저 지금 이 모습 그대로도 괜찮다고요.
그건 단순한 위로나 자기합리화가 아니라,
제가 제 자신에게 처음으로 건네는 진심 어린 포옹입니다.
오늘도 저는 제 안의 어린아이와 함께
손을 꼭 잡고 아주 천천히 자라고 있습니다.
넘어지면 잠깐 멈춰 서기도 하고,
눈물 흘릴 땐 조용히 앉아 등을 토닥여 주기도 하면서요.
이 여정은 혼자가 아닙니다.
내 안의 나와 함께 걷는,
가장 진솔하고 아름다운 성장의 길이니까요.
혹시 지금,
당신도 멈춰 선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을 지나고 있나요?
그렇다면 조용히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그 안에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당신만의 작은 아이가 있을 거예요.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잠시만 멈춰 서서
그저 부드럽게, 다정하게 안아주세요.
세상이 요구하는 어른의 모습이 아니라,
당신만의 속도와 당신만의 방식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냈다는 그 자체가 이미 충분히 멋진 걸요.
“나 자신을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결국,
세상도 품을 수 있는 사람이다.”
오늘도 당신 안의 어린아이가
따뜻한 품 안에서 숨 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나의글정원 aka 매필정
#내면아이 #자기돌봄 #성장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