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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두 개: 웃음과 눈물 사이


하나는 웃고, 하나는 울고 있는 사랑


오늘 노래 교실에서 배운 배금성 님의 ‘사랑이 두 개’가 종일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사랑이 두 개 있어요

하나는 웃어요

하나는 울고 있어”

단순한 멜로디에 담긴 이 가사는 마치 제 마음을 꿰뚫는 화살 같았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사랑이란 뜨겁거나 차갑거나, 행복하거나 불행한 하나의 감정이라 믿었지만, 삶의 굽이굽이를 돌아온 지금, 제 마음속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됩니다.

하나는 저를 웃게 하고, 다른 하나는 저를 울게 하는 사랑. 그리고 저는 이 둘 중 어느 하나도 온전히 갖지 못한 채, 그저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첫 번째 사랑: 눈부셨던 여름날의 꿈


제 삶의 첫 번째 사랑은 눈부신 여름날의 꿈 같았습니다. 햇살 가득한 웃음과 설렘으로 가득했던 시간이었죠. 그의 존재는 제 삶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모든 것이 가능할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게 했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마음을 읽었고,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는 것 같았습니다. 그 사랑은 저에게 순수한 기쁨과 행복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었습니다. 마치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 사랑은,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현실의 벽 앞에서 너무나도 허무하게 끝이 났습니다. 미숙했던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상처를 주고받았고, 결국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죠.


그 사랑은 이제 제 기억 속에 아름답지만 아련한 잔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떠올릴 때마다 미소가 지어지지만, 동시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라는 사실에 가슴 한편이 시려옵니다.『장국영이 죽었다고?』에서 김수영 작가는 말합니다.

"사랑은 그녀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사랑이어서 연인과 헤어질 때 우리를 견딜 수 없게 하는 것은 그녀를 잃었다는 슬픔이 아니라 사랑을 잃었다는 슬픔이다."


저 역시 그 사람을 잃었다는 슬픔보다, 그때의 ‘사랑’ 자체, 그 눈부셨던 시간을 다시는 경험할 수 없다는 상실감에 더 오랫동안 아팠습니다.

웃게 했던 사랑이 이제는 그리움과 눈물로 제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두 번째 사랑: 고요하고 쓸쓸한 현실


그리고 제 삶에는 또 다른 사랑이 존재합니다. 이 사랑은 첫 번째 사랑처럼 불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고요하고, 때로는 쓸쓸하기까지 합니다. 이 사랑은 저에게 안정과 편안함을 주지만, 동시에 채워지지 않는 어떤 갈증을 남깁니다. 마치 잔잔한 호수 같아서,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깊은 곳에는 알 수 없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듯합니다.


이 사랑은 '웃는 사랑'처럼 저를 환하게 비추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우는 사랑'처럼, 채워지지 않는 갈망과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으로 저를 아프게 합니다. 저는 이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지도, 그렇다고 놓아버리지도 못한 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마치 옴짝달싹할 수 없는 덫에 걸린 것처럼 말이죠.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라는 책에서 작가는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 사이에서 여자가 "갈팡질팡"하며 "그 때 그 때 마음가는대로-욕망이 이끄는대로- 움직인다"고 묘사합니다. 비록 저의 상황은 책 속의 노라처럼 욕망에 이끌린 것은 아니었지만, 이 가사처럼 어느 한 사랑도 온전히 갖지 못하고 바라만 봐야 하는 제 마음의 상태를 정확히 묘사하는 듯했습니다. 이 두 사랑 사이에서 저는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낍니다.



사랑의 기술: 복잡한 감정의 숲을 헤치며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은 수동적인 감정이 아니라 능동적인 활동이다. 그것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서 있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두 개의 사랑 속에서 방황하며, 사랑에 '빠지기'만 했을 뿐, 사랑을 '서 있게' 하는 법을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사랑은 단순히 감정의 영역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고, 이해하고, 때로는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능동적인 활동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웃는 사랑과 우는 사랑, 이 두 개의 빛깔 속에서 저는 어떻게 균형을 찾아야 할까요? 어쩌면 두 사랑을 온전히 갖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랑의 복합적인 감정을 통해 더 깊이 있는 사랑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행복과 슬픔, 기쁨과 고통이 뒤섞인 이 복잡한 감정의 숲을 헤쳐나가며, 저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두 개의 사랑, 하나의 삶


배금성 님의 노래 가사처럼, 제 삶에는 여전히 두 개의 사랑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저를 웃게 했던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이고, 다른 하나는 저를 울게 하는 현재의 복잡한 감정입니다. 이 두 사랑은 서로를 바라만 보고 있을 뿐,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두 사랑을 부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웃음과 눈물, 기쁨과 고통, 완전함과 불완전함. 이 모든 감정이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어쩌면 두 개의 사랑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사실이 제 삶을 더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은 선택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저 지나온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쌓이고 스며드는 감정일 뿐.

그리고 저는 그 복잡한 감정의 숲을 천천히 걸으며, 내 삶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사랑 속에 머물러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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