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을 아는 아이

by 황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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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카페 문이 열렸을 때 들어온 건 어린아이었다.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가게 안을 조심스레 살폈다. “여기… 커피 파는 곳 맞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의 목소리는 맑았지만

어딘가 서늘한 기운이 스며 있었다. 아이는 의자에 앉자마자 낡은 가죽 가방을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작은 종이봉투를 내밀었다. “누나, 이거… 맞죠?” 봉투 안에는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다. 흑백 사진. 세 사람이 웃고 있는 모습. 그리고 가운데 여자의 웃음. 나는 순간 숨이 막히는 듯했다. 그 사진은 분명 내가 처음 가게를 인수했을 때, 벽장 깊숙한 곳에서 발견했던 그것이었다. “이걸… 어디서?” 아이의 눈빛은 묘하게 성숙했다.

“엄마가요. 늘 이곳 이야기를 했어요. 언젠가 제가 이걸 들고 오면, 여기서 답을 알 수 있을 거라고요.” 나는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분쇄된 원두가 물과 만나며 짙은 향을 퍼뜨렸다. 아이의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떨림 속에는 확신 같은 게 깃들어 있었다. “엄마는 늘 말했어요. 여기서는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끝낼 수 있다고. 그리고…” 아이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눈빛이 내 손목 위 멈춘 시계에 닿았다. “자정 10분 전, 문턱을 넘은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고요.” 나는 그 순간,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이 아이를 통해 흘러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커피 향 속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번졌다. “저는 아직 떠나지 못했어요. 하지만 엄마가 남긴 이 사진이, 저를 이곳으로 데려왔어요.” 종소리가 울렸다. 아이가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았다. 그 시선은 마치 누군가 곧 도착할 것을 기다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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