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갈 무렵, 카페 문턱 위 종이 천천히 울렸다. 들어온 손님은 마른 체구의 남자였다. 어깨에 낡은 가방을 메고 있었고, 손에는 두꺼운 원고 뭉치를 안고 있었다. 그는 카운터 앞에서 한참이나 말없이 서 있었다. 나는 잔을 준비하며 조용히 물었다. “무엇을 드릴까요?” 그는 대답 대신 가방에서 원고 뭉치를 꺼내 내밀었다. “읽어주실 수 있나요?” 그의 목소리는 쉰 듯 떨렸고, 손가락은 종이 위에 꼭 붙어 있었다. 나는 원고의 첫 장을 넘겼다. 연필로 꾹꾹 눌러쓴 글씨, 몇 장은 번지고, 몇 장은 문장이 끝나지 않은 채 끊겨 있었다. “왜 다 쓰지 않으셨어요?” 내 물음에 그는 고개를 숙였다. “끝까지 쓰면… 진짜 끝날 것 같아서요.” 그는 커피 향을 맡으 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건 제 마지막 소설이 될 뻔했어요. 병원에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을 때 손이 떨려서, 펜을 잡는 게 힘들어졌죠. 그래도… 쓰고 싶었어요.” 그의 눈빛은 창밖이 아니라 내 손 안의 잔을 향하고 있었다. “끝내 완성하지 못했지만, 이 원고가 여기에 머물러 있다면 어쩌면 제 이야기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나는 그에게서 원고를 받아 조심스레 카운터 아래 노트 옆에 두었다. 그리고 원고 위로 커피 잔을 살짝 올려놓았다. 커피 김이 천천히 종이를 적시며 마치 미완성 문장의 끝을 이어주는 듯 번져갔다. 그는 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신 뒤, 짧게 웃었다. “이제… 마지막 줄을 써도 되겠네요.” 그는 떠나기 전, 원고 맨 마지막 장에 단 한 줄을 남겼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누군가가 이어 써줄 것이다.”
문턱 위 종이 울리고,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그리고 그가 떠난 자리에는 커피 향과 함께 잔이 남았다.나는 그 원고를 펼쳐 보며 생각했다. 이제 이 글의 나머지는, 내 기록 속에서 이어질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