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문턱 위 종이 울린 건 오랜만에 들려온 묵직한 울림이었다. 들어온 사람은 한참을 서성이더니 창가 대신 문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그의 시선은 테이블 위가 아니라 주머니 속 무엇인가에 묶여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반지를 꺼냈다. 얇고 닳은 은반지, 한쪽은 심하게 긁혀 있었고 빛은 거의 다 사라져 있었다.
나는 물었다. “소중한 건가요?” 그는 대답 대신 반지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커피잔 밑받침보다도 작은 원이 테이블 위에서 묘하게 번져갔다. “이 반지… 사실 제 것이 아닙니다.” 그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스무 살 때, 그녀가 제게 끼워줬던 반지예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가 사랑한다고 말했던 순간이었죠.”
그는 손가락을 문지르며 웃었다. “근데요, 그날 이후 저는 한 번도 그 말을 다시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녀도, 이 반지도 잃어버렸어요.”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눈빛이 잔 위에 비치며 흔들렸다.
“오늘… 길에서 이 반지를 주웠습니다. 정말 똑같은 반지였어요. 누군가의 손에서 빠져나온 건지, 아니면 오래전 제가 잃어버린 그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다. “만약 이게 그 반지라면, 그녀는 여전히 어딘가에 있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저를 떠나면서 반지를 두고 간 걸까요?” 나는 그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커피 향이 깊어지도록 조심스레 잔을 밀어주었다. 그는 반지를 천천히 돌리다가 마침내 손에서 놓았다. “이제는, 제가 이 반지를 붙잡고 있는 게 더 이상 의미 없겠죠.” 그는 반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둔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턱 위 종이 울리고, 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남은 건 커피 향과 테이블 위 작은 은빛 원 하나. 나는 반지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작은 원 또한 열쇠, 시계, 사진과 함께 하나의 퍼즐 조각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