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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정 Sep 19. 2024

마흔, 비로소 나를 알게 된 나이.

나를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마세요.

돌이켜보면 내 의견을 내지 않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했던 날들이 있다.

그래서 그냥 다 괜찮은 척, 쿨한 척, 털털한 척 넘기며 스스로를 피곤하게 했다.

일할 때도 싫은 소리 하며 알려주기보다는 '그냥 제가 할게요'라고 말하며 그 사람 일까지 다 내가 해버리는 쪽을 택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하나하나 말하고 따지고 설명하고.. 피곤하고 구차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리고 어리석었다.


그 결과,

내가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늘어났고, 도움 받은 사람들에게 나의 배려가 당연시되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고마움을 표현하기는커녕, 어쩌다 한번 있는 내 거절에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안돼? 왜 안돼..

-싫어? 너 그런 말도 할 줄 알아?


어느덧 나는 그래도 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를 위해주는 방법을 전혀 몰랐다. 내 감정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궁금해한 적도 없었다.

소홀했고 무심했다.

아프고 난 뒤 그래서 나는, 나한테 가장 미안했다.


나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어졌다. 모든 게 한 번에 바뀔 수는 없겠지만 노력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이제 나는 '대충' '때우려' 먹지 않는다. 그렇다고 또 대단히, 거창하게 챙겨 먹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하루 한 끼는 몸에 좋은 걸 먹어보려 노력한다. 예를 들면 엄마가 다 손질해서 통에 담아줘도 귀찮아서 먹지 않던 제철 과일과 채소를 내가 직접 가장 신선하고 예쁜 아이들로 고르고 골라 냉장고에 가득 채워둔다. 귀찮아서 일주일에 서너 번은 시켜 먹던 배달 음식도 거의 끊었고 햄, 베이컨 등 가공육은 나도 신기할 정도로 손도 대지 않는다.

운동도 시작했다. 허리통증으로 겨우겨우 했던 그런 운동 말고 나를 일으키는 운동을 시작했다. 숨찬 느낌도 싫고, 땀 흘리는 건 더 싫어서 다음 생을 기약했던 달리기는 어느새 나의 습관이 되었다.

100m도 달리지 못하고 숨을 헐떡이던 내가 지금은 일주일에 네다섯 번, 하루 5km는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는 체력을 얻었고, 자기 전 매일매일 스트레칭을 하며 그날 사용한 근육도, 사용하지 않은 근육도 살핀 뒤 컨디션을 체크하며 잠이 든다.

사람들의 무리한 부탁이나 무례한 요구에는 가능한 솔직하고 담백하게 거절하고, 내 감정에 집중하려 애쓴다.


마흔..


나는 이제서야 내가 '나'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즐거운지.. 힘들 땐 어떻게 이겨내는지..

물론, 여전히 알쏭달쏭하고 오락가락하는 통에 알다가도 모를 나지만 그래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와 즐겁게 잘 살아가고 있다.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오늘도 멋진 "쉰"을 꿈꾸며..




p.s. 레터링 케이크는 우리의 마흔을 기념하는 조촐한 파티를 위해 친구가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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