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일기 Jun 12. 2023

노을 진 하늘과 인생의 황혼

보름 전에 낮에는  데이케어를 이용하시고 저녁에 조용히 집에  계시던 어머니가 갑자가 넘어지셨는지 고관절과 손목이 부러졌다

저녁에는  혼자 계시다가 넘어지신 듯하나, 어머니는 과거 기억만 가지고 계시고 현재의 기억을 잃어버리신 치매 셔서 어떻게 다치셨는지에 대해 전혀 설명을 못하신다

자녀들은 어머니가 혼자서 넘어진듯 하다는 생각을 하며 갑자스레 걷지를 못하는 어머니를 근처 병원으로 이송하였다

그곳에서 보름정도 수술 전 대기를 하다가, 건강이 약화되어 일단 요양병원으로 옮긴 지 보름이 다 되어간다

어머니는 젊으실 때부터 풍채도 있으시고, 키도 크신 편이었다

그런 어머니께서 요양원 입원 후 식사를  거의 못 드셔서,  주사액에 간신히 의존해서 그러신 지 몸은 더욱더 야위어 갔다

한주 한 주 찾아뵐 때마다 살이 빠지시고, 틀니까지 않아시니 예전 어머니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어머니가 계신 곳은 중증 치료실이라 그런지, 그 병실에 있으신 분들은 거의 주사액을 맞으며 누워만 계셨다

빨리 쾌차하시어 수술도 받고 다시 걸으셨으면 하는데, 나의 바람뿐 점점 야위어 가는 어머니는 보고 있자니마음이 서글퍼진다. 곁에 있던 신랑도 한참을 서있다가  마음이 좋지 않은지 나가자고 한다

둘 다 무거운 마음으로 답답한 마음에 근처에 있는 고양행주산성공원에 들렀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뉘엿뉘엿 해가 지는 저녁이 되었다

그곳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자니 너무나 아름다웠다

나무에 가려서 점점 해가 퍼져 점점 더 커 보이는 모습이 곧 해가 질 거라는 생각을 잊어버리게 한다

노을 진 저녁


너무나 따뜻하고 아름다운 햇살이 그곳을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해가 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인생의 황혼기를 맞으신 어머니의 모습을 상기시켜 본다

너무 마르고 앙상해서 젊었을 때의 활기찬 모습은 우리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다

우리의 인생이 해가 질 노을저녁처럼 아름답고 빛이 나는 삶을 맞이할 수는 없을까?

병실에서 앙상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대신, 좀 더 활기차고 아름다음 모습으로 나의 생을 마무리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녀들의 기억 속에는 한결같이 다정하고 좋은 신어머니

병실에서 한두 마디 대화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어머니 모습을 보며,   이미 아름다운 황혼을 맞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머니 얼른 쾌차하셔서, 수술도 받으시고 다시 일어서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조용히 기도드립니다

이전 01화 어머니의 식탁과 주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