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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일기 Oct 22. 2022

"금요일에 가요" 말해도, 매일 기다리는 우리 엄마

월요일 오후 사무실에 문자 한 통을 받는다

' 너희 덕분에 좋은 데서 따뜻하게 잘 자고, 맛있는 것도 먹고 너희들 덕분에 호강했다. 고맙다

그리고 내가 만두 만들어 났으니, 아무 때나 와서 가져가'

오늘은 퇴근하는 대로 집 가서 저녁 준비를 해야 하고,  화, 목은 수영, 수요일은 아파트 회의. 이런저런 일로 금요일 끝나고 간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퇴근 후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엄마한테 전화를 드렸다

그랬더니, 반가운 목소리로 " 지금 오는 길이니?" 하고 물으신다

오늘은 저녁을 준비해야 해서 못 가고, 금요일에 가겠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속으로 깜짝 놀랐다

예전 같으면, 한번 문자를 보내면 정확히 기억하셨는데,  왜 나를 기다리셨는지 의아했다

우리 엄마는 연세로 인해 귀가 어두워서,  밖에서는 큰 소리로 말하기가 어려울 때는 문자를 보내는 게 더 낫다

또한 문자를 하면 잘 알아들으시고 기억을 하셔서 큰 어려움 없이 문자로도 소통을 곧 잘했다

그런데 엄마가 왜 잊어 먹으셨는지 이상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통화도 하고, 문자도 보냈다고 한번 더 확인 차 말씀드렸으니, 잘 아실 것 같았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금요일에 갈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목요일에 또 한통의 문자를 받는다

'우리 집에 올 거야'

오늘따라 사무실에 일이 있어, 보통 퇴근 시간보다 늦은 8시가 다 되어 퇴근을 하는 중이었다.

너무도 황당해서,  엄마한테 무슨 뜻인지 전화를 해보았다

엄마는 그날 나랑 통화 한 이후에도 매일매일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을 퇴근 때 기다려도 내가 오지 않자, 목요일이 되는 날에 다시 문자를 한 거라고 하신다

갑자기, 며칠 전 보건소에 전화받는 생각이 났다

엄마가 스스로 평소 정신이 깜박깜박하는 것 같다고, 근처 보건소에 치매 검사를 하신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마 검사를 하신 듯하다. 보건소 직원이 전화를 한 내용은 어머니께서 치매가 있어 정밀 검사가 필요하니, 다음에 의사 선생님한테 진료받을 때 동행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설마, 심한 정도는 아니겠지 했는데, 갑자기 마음이 아파온다

그래서, 수영은 포기하고, 바로 엄마 집으로 갔다

집에 갔더니, 금방 만두를 다시 쪄서, 말리는 중이라고 하면서, 따뜻할 때 먹어보라고 하신다

집에서, 둘째가 저녁 차리고 기다려서 가봐야 한다고 하니, 봉지와 그릇에 꾹꾹 담아 주신다

또한, 집 앞에서 샀다고 하면서, 애들 갖다 주라고 카스텔라도 주신다

예전 같으면, 날짜를 착각했다는 등 무슨 말이라도 있을 텐데,  별다른 말은 없으시다

다만, 내가 가서 매일 쪄놓고 주고 싶던 만두를 나한테 줄 수 있다는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나도, 더 이상 여기에 대해 따지거나, 말하지 않았다. 그냥 잘 먹겠다고 하고 집으로 왔다

오는 길에, 마음 한편이 휭 하고 빈듯한 느낌이다

예전엔, 총기 있고, 지혜가 많으신 분이었는데, 지금의 엄마는  나를 퇴근 무렵 기다리던 우리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상황과 상관없이, 퇴근 무렵 딸만 기다리는 우리 엄마~

어쩜,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더 이상 엄마는 만두를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더 이상 많은 생각은 하지 말자. 그냥 엄마가 해 주신 음식을 감사하게 먹자

 엄마가 만드신 만두는, 김치, 고기, 갖가지 버섯 등이 들어가서 너무 담백하고 매콤하니 맛이 있어, 나와 우리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엄마, 감사해요

힘든 몸으로 딸 주려고 만두를 만들고, 오매불망 기다리셔서~

이 음식 먹고 더욱더 힘차게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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