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친정어머니와 인천 을왕리에 다녀오다
올해로 친정어머니는 연세가 78세이다.
가끔 친정어머니 모시고 딸들이 돌아가면서 여행을 간다
어머니는 한 7~8년 전에 남해 일대를 1주일에 걸쳐서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가끔 하신다
점점 해마다 기력이 떨어져서 인지 멀미도 하고 힘들어하셔서, 가까운 인천 을미도로 2박 3일로 갔었다
숙박지는 워크 앤 리조트로 리조트 겸 호텔인지라 시설도 너무 좋고, 해변도 가깝고 너무나 좋았다.
여행지에 들러서 저녁에는 인근 맛있다는 조개구이 세트를 먹었다
조개구이와 회, 새우, 해물칼국수 세트여서 골고루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그런데 친정어머니는 이가 틀니라 잘 씹지 못하겠다고 하시면서, 조개를 거의 드시지 못했다
메인 음식은 거의 드시지 못하고, 사이드 메뉴인 옥수수와 마요네즈가 맛있다고 두 그릇이나 드시고, 해물칼국수도 거의 국물만 드시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잘 씹지 못하니 맛을 잘 모르는 엄마가 안쓰러웠다.
둘째 날은 신랑이 주변 구경거리를 한참이나 검색하더니, 인천 바닷가가 보이는 레일바이크를 타자고 하였다
다음날이 토요일인지라, 사람들이 몰릴 것을 염두해서 아침 일찍 식사 후 어머니를 모시고, 영종도 레일바이크를 타러 갔다
인공폭포 레일바이크 해변가 레일바이크 시작 길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레일바이크를 타고 있자니, 마음까지 뻥 뚫린 기분이 들었다
앞에 신랑과 내가 타고, 뒤에 어머니를 태우고 경치를 보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어머니는 무표정하니 밖을 보고 있었다
중간에 레일바이크 승차 가격이 얼마냐고 물어보더니, 어머니는 이런 거 타는 것보다 갯벌에서 조개를 따는 게 더 좋다고 말씀하신다
물론 이곳은 어촌협회에서 갯벌체험은 금지도 하였지만, 왜 경치를 보면서 즐기지를 못하는지 속상도하였다
점심으로는 맛집을 검색해서, '선 식당'에서 햄 볶음밥, 스테이크 샐러드, 해물짬뽕을 시키었다. 워낙 양도 많고 맛도 좋아 가성비 식당으로 괜찮은 곳이다
이곳에서도 친정어머니는 음식을 너무 많이 시켰다고 하면서, 또 잔소리를 하시면서 그냥 무난한 한식뷔페로 가고 싶다고 하였다. 옆에사람 들을까봐 창피도 하고, 메뉴식당 정할때 물어볼 때는 상관없다고 하시더니 지금 이런말을 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시킨 음식을 맛있게 다 먹었다. 어머니도 나중에는 맛있다고 하셨는데, 왜 처음부터 그런말을 안했으면 더 좋왔을 것 같다
그리고 오후에는 근처에 하늘공원을 갔었다
근처에 영종도 공항도 있어서, 착륙하는 비행기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길가에 흐트러지게 핀 코스모스도 실컷 볼 수 있었다
어머니는 코스모스를 보니 어렸을 적 고향인 충북 임한리에서 서 본 코스모스 생각이 난다고 하였다
하늘정원 원두막
꽃밭 위 원두막에서 쉬면서, 하염없이 핀 꽃들을 보고 있으니, 저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어머니 얼굴을 보니, 뭔가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밖을 보고 계셨다
대체 '엄마는 뭐가 많이 편치 않을까?, 물론 다리가 아파서 걷기가 힘들지만, 이렇게 야외로 나오면 좋을듯한데, 왜 얼굴을 찡그리고 계실까' 덩달아 나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저녁에 숙소에 가서, 남편이 잠깐 나를 보자고 하더니, 여행 내내 난보고 왜 짜증을 내고 화를 내냐고 하였다
너무나 의외의 질문이어서 나도 당황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우선 첫째로, 가끔 친청 어머니한테 잠깐씩 들를 때는 몰랐는데, 막상 같이 다니니 어머니가 몇 년 사이 너무 늙어 버리신 것 같아 속상했다
또한, 귀가 어두운 것 사실이나, 전보다 점점 더 못 듣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다
그리고, 전에는 여행을 오면 너무도 좋아한 어머니가, 요즘 들어 수심이 가득한 얼굴을 보고 있으니, 더욱더 마음이 안 좋아서 나도 모르게 화를 낸 것 같다
아무래도, 부모님이 나이 드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속상하고, 마음이 아픈 일인것 같다
다음날 아침에는 리조트 조식을 신청해서 다 같이 먹었다
다행히, 이것저것 어머니 드시고 싶은 음식을 고르셔서 잘 드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한 결 가볍다
남은 여행 시간이라도, 어머니 마음을 잘 헤아려서 해주고 싶다
을미도 해변 갈매기
아침 조식 후 마지막으로, 해변을 어머니와 둘이 걸었다
어머니는 이번에 오면 본인이 나이가 있으니 여기 또 오겠냐는 말씀을 하신다.
그래도 딸들이 다 여행을 좋와해서, 이 딸 저딸 같이 다니니, 어머님 연세에 본인보다 여행 많이 간 사람은 없을 거라고 하신다. 아마도 어머니는 막상 여행 때의 기쁨보다는 나중에 추억을 안고 사는게 아닌가 싶다
몇 년 전 남해로 여행 갔을 때, 어머니 혼자서 리조트 근처 해변을 걷고 계실 때, 같이 못 걸을게 내심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비록 같은 해변은 아니나, 여기서 라도 어머니와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면서 동행해서 걸으니 마음이 좋다
예전처럼 어머니가 빨리 걷거나, 힘이 넘치지는 않아도, 늘 오래오래 우리 곁에 계셨으면 좋겠다
오는 날부터, 어머니의 노화된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니, 화도 나고 속상했으나, 차츰 생각해보니, 이 모습으로도 우리 곁에 계심을 감사하고, 받아들여야 겠다. 한편으로는 서글프고 속상도 하다
나중에는 또 다른 후회가 생길지 않도록, 여행을 하여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 수 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