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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일기 Apr 25. 2023

쑥버무리는 맛있네~

해다마 이맘때가 되면 친정어머니는 쑥을 캐고 싶어 한다

동네 어르신하고 가고 싶다고 하나,  대부분이 도시에서 대중교통수단으로 가기가 어렵다

어렵게 차를 몇 번 갈아타고 하여도, 마땅한 곳이 없는 듯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남편이 듣고 선뜻 경기도 어느 곳을 지목하면서 그곳을 가자고 한다

물론 남편은 차를 태워주고 본인은 책을 보거나, 다른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계획하고~

친정어머니는 몇 주 전부터 가기로 한 주말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듯하다

이른 아침부터 두유를 준비한다, 간식을 준비한다 하시면서 바리바리 이것저것 싸 오셨다

우린 아침 일찍 목적한 곳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웬일인가?

쑥은 곳곳에 많았으나, 너무도 작디작아 캘 수가 없었다

분명 작년에는 크고 여기저기 쑥쑥 자라서, 손이 모자를 정도였는데, 지금은 여기저기를 다녀도 너무나 작은 어린잎만 보였다

어머니의 말에 의하며,  이 정도면 많이 컷을 텐데 이상하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아예 다리를 뻗고 앉으셔서, 쑥을 캐고 계셨고, 난 너무도 작아 캘 마음이 선뜻 나지 않아, 이곳저곳 방황을 하면서, 좀 더 자란 쑥을 찾고 있었다

조금뒤,  뒤를 돌아보니, 친정어머니와 어떤 아주머니가 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그 아주머니는 이곳 주변에서 일용으로 일을 하는 분인데, 우리 어머니를 보시고,  인근에 쑥이 많이 난 곳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으며, 그래서 나를 같이 가자고 부른 것이었다

이곳에는 이미 몇 주 전부터 30~40 명이 와서 3~4차례 쑥을 캐갔다는 말도 해주었다

그 아주머니가 소개해 준 곳으로 10분 정도 걸으니, 비교적 인적이 드물 곳이었고, 아까와는 조금 더 큰 중간 크기의 쑥을 볼 수 있었다

어머니와 나는 가지고 온 각각의 봉지에 쑥을 캐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쑥 캐기 싫다. 친정어머니 기쁘라고 쑥을 캐지만, 내년에는 정말 캐기 싫다'라는 말을 속으로 되뇌며 캐고 있었다

그렇게 한두 시간 지나고 가지고 온 봉지에도 어느 정도 쑥이 차였다

작년에는 어머니의 쑥을 보며 함박웃음을 보이시더니, 올해는 어머니도 다리가 아프셔서 그렇신지 별로 기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그만 오자고 하신다

나는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간단한 식사 후 집에 왔다

다음날 아침에 쑥버무리를 해놨으니 와서 먹으라는 문자가  왔다

귀찮기도 하고, 쑥 캐러 토요일에 동행까지 했었는데, 일요일은 다음날에도 쑥버무리까지 먹으러 친정어머니댁에 가는 것이 왠지 나의 휴일을 뺏기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하는 수 없이 주일 아침에는 예배를,  낮에는 등산을 하고 저녁에  음식을 배달 예약을 하고 잠깐 친정어미니댁에 갔다

막 출발하려고 하니 바쁘면 오지 말라는 친정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지만, 이미 현관에서 출발을 준비한 상태로 그냥 잠깐 다녀오기로 했다

친정집에 도착하니, 쑥을 다듬어서 큰 광주리에 한가득 쑥버무리를 해놓으시고 먹어보라고 하셨다

솔직히 모양도 동그랗고 이쁜 떡 모양도 아니고 맛도 그저 그럴 것 같았다

하는 수없이 , 조그만 먹고 집에 가서 배달된 '족발'을 먹을 생각에 한입을 조금 떼어먹었다

그런데, 먹는 순간 쑥향이 코에 가득하고 입에도 착 달라붙는 게 너무나 맛있었다

친정어머니는 바쁜데 괜히 오라 한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렇지만, 먼 훗날 쑥을 보면 친정어머니를 그리워할 것 같은 생각에 같이 쑥을 캐는데 동행을 하였으나, 막상 기대하지 않은 맛있는 쑥버무리를 먹고 있으니, 어제의 투덜거림이 무색해졌다

좀 전까지 어머니한테 요새는 먹을 게 많아 굳이 힘들게 예전 음식을 하지 말라고 말씀드렸는데, 한 편으로는 이때가 아니면 누가 나를 위해 쑥을 캐서 맛있는 음식을 해 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친정어머니도 본인이 좋와서라고 보다는 자식들을 위해 아픈 다리로 가자고 하신 것 같다

내가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릴려고 쑥을 캤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오히려 자식을 위해 멀미와 힘듦을 감수하고 어렵게 쑥을 캐서 쑥 버무리를 만든 어머니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봄에는 '쑥 버무리가 최고다'

또한 부모님의 깊은 마음은 '쑥 버무리' 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보잘것 없다고 생각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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