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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일기 Jan 24. 2023

어머니의 식탁과 주방

설날 치매를 겪고 계신 어머님 댁을 방문하다

정확히 4년 전까지의 일이다

평소 따로 떨어져 사시는 시어른 댁에 명절 때면 아이들과 함께 방문을 한다

현관문을 엵고 들어서는 순간, 집안에는 고소한 기름냄새와 따스함이 묻어 있다

식탁에는 조금 전까지 음식을 한 상태로, 갖가지 그릇들과 양파껍질, 나물들이 즐비해 있다

아버님과 어머님은 김치냉장고에 녹두전과 부침 있으니, 데워 먹으라고 한다

남편은 몇 가지 전으로 아버님과 정종을 나누어 들고, 아이들은 식혜를 컵에 떠서 연신 부침개를 먹는다

나는 어머님을 도와서 미처 다 못한 음식을 돕고, 설거지를 한다

저녁이 되면, 불고기를 잔뜩 양념에 묻혀 놓으신 그릇에서 일부를 담아 고기를 볶고, 큰 솥에 고기와 각종 버섯이 들어간 국을 끓인다

큰 상이 펼치고, 모두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며 지난 얘기를 듣고 한다

정말 주마등처럼 늘 시집을 와서 20년 넘게 해온 시댁 정경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4년 전 아버님이 고령이었지만, 정말 설 지나 갑자기 입원과 동시에 한 달 후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평소 긍정적인 성격으로 다행히 외로움을 성당과 동네 경로당을 오가며, 그나마 잘 사고 계셨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오고 더 이상 어머님은 경로당이나 성당을 다닐 수 없게 되자, 홀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간도 정신이 깜빡거려서 아버님이 옆에서 잔소리 아닌 잔소리로 챙겨주셨는데, 이제는 스스로도 더 이상 옆에서 챙길 사람도, 챙겨줄 사람도 없어서 인지 아예 정신을 놓으신 것 같다

다행히 자식들과 예전일을 말끔히 다 기억하셔서, 일상적인 대화는 가능하나, 가스불이나 식사 등 혼자서 해결이 어려워 낮에는 데이케어를 이용하신다

그 뒤로는 명절 때마다 우리 집으로 차로 모시어서, 식사를 대접하고 주무시고 하셨는데, 올해는 1시간 이상 차 타기도 힘들어하셔서, 명절에는 다시 우리가 오기로 했다

물론 예전과는 다르게 내가 국과 음식을 전날집에서 해서 가지고 왔다

그리고 집에 방문을 해보니, 마음이 너무 서글펐다

그 따스한 온기의 주방은 불 꺼진 채로, 몇 개 그릇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부엌이미지 사진                                                                                 어머니님 부엌



어머니는 방에서 누워서 계셔서,  오늘이 설날이라고 말씀해 드리니, 그제야 일어나신다

인생이 허망함과, 영원함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영원할 것 같았던 어머님과 아버님,  맞벌이 며느리를 위해 딸같이 여기고 늘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계셨던 분들~

생전에 자식으로서 늘 바깥에서 고기나 외식을 해 드렸다지만, 손수 음식을 준비해 드리지 못한 게 못내 죄송하다

이번에는 평소 어머님에게 배운 대로 고기와 무, 갖가지 버섯을 넣고 끓여서 드리지만, 알고 계실까? 본인한테 배운 대로 며느리가 끓여서 드렸다는 사실을~

어머님은 식탁으로 간장을 달라하시면서 늘 하시던 대로 간장을 국에 부어 드신다

비록 부족한 솜씨지만 아버님께는 못다 한 음식을 어머님께 해드리니 마음이 조금 나아진다.

지금 식사를 하셨지만 조금 있으면 식사를 한 사실도, 자녀들이 방문한 사실도 잊고 계실 어머님이지만, 지금처럼 크게 아픈데 없이 현재기억을 잊고 계시러 다도 과거 기억이라도 갖고 자녀들을 기억하며 오래오래 살아 계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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