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눈빛

by 인상파

슬픈 눈빛


아버님이 오전에 병원으로 가셨다. 나는 아이들 점심을 일찍 먹이고 나중에 갔다. 병원에 도착해 보니 형님이 병실 간이침대에 앉아 남편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주버니는 아버님을 우리 집에 모셔다 드리러 갔다고 했다. 남편은 어젯밤에도 잠을 설쳤다고 한다. 자는가 싶으면 눈을 뜨고, 눈을 뜨고 있는가 싶으면 머리를 좌우로 돌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고 한다. 그리고 아침녘에는 발작이 와서 진정제를 맞았다. 주사를 맞고 나서 세 시간 정도 수면을 취했다고는 하지만, 몸은 축 늘어진 채 기운이 빠져 있었다.


진정제 때문일까. 전에는 사람을 못 알아봐도 누군가 들어서면 이유 없이 반기던 남편이 오늘은 무덤덤하다. 만사가 귀찮다는 듯 심드렁하다. 이름을 불러도,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다. 가만히 보면 잔뜩 골이 난 표정 같기도 했다. 반응 없는 사람을 지켜보는 이들도 말없이 잠잠했다.


형님 내외가 돌아가고 상수 형이 들어섰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성일이 눈빛이 오늘따라 슬퍼 보인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남편의 눈망울에 팔려간 송아지를 떠나보낸 어미 소의 슬픔 같은 빛이 배어 있었다. 인지력이 떨어졌다 해도 어찌 생사의 고통과 슬픔을 모를까. 어찌 자신의 몸이 가리키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모를까. 살아온 흔적이 하나둘 지워지면서, 그저 무화되어 가는 사실을 그는 눈빛으로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오후 다섯 시쯤 셋째 언니가 두 아이를 데리고 병실에 들어왔다. 아이들이 아빠를 불러도, 마치 자식이란 존재를 가진 적이 없는 사람처럼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 세상의 문을 닫아걸고 안쪽으로 숨어버린 사람 같았다. “아빠”라며 달려들던 아이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나는 아이들을 다독였다. 아빠의 상태가 왔다 갔다 하니 너무 마음 쓰지 말라고,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그러나 아이들이라고 아빠의 상태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알면서도 어린 마음에 감당하지 못해 표정으로만 굳어가는 것이겠지.


남편은 더 이상 말을 건네지 못하지만 그 눈빛 속에는 여전히 슬픔과 고통, 그리고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가라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언어는 사라져도 눈빛은 끝내 남아,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전하고 있었다. 그 눈빛을 어떻게 받아내야 하는가, 그 물음만이 내 가슴을 오래 붙들고 있었다.

(당신이 떠나기 전 4월 초순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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