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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발작

by 인상파

한밤중의 발작


2박 3일째 간병. 어제 새벽 두 시 무렵이었다. 주사 줄에 잠가둔 뇌압 낮추는 만니톨을 풀어주려고 일어났을 때, 남편에게서 평소와 다른 소리가 흘러나왔다. 잘 내지 않던 낮고 쉰 신음소리였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둠 속에서 남편의 입술이 달싹이는 것이 보였다. 이내 들려온 소리는 우우우, 워워워—마치 나뭇잎을 세차게 후려치는 바람 소리 같았다. 곧 사지가 뒤틀리듯 흔들렸고, 입가에서는 타액이 흘러내렸다. 그 낯선 광경 앞에서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다행히 이번 발작은 오래 가지 않았다. 급히 간호사를 불렀고, 간호사가 진정제를 주사해 주자 뒤틀리던 몸이 서서히 풀려내렸다. 그제야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남편이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내 심장도 덩달아 요동을 친다. 숨이 목까지 차오르고, 금방이라도 내 호흡까지 멎어버릴 것 같다. 이미 여러 번 보아온 광경인데도, 여전히 낯설고 생경하다. 매번 무서움이 새롭게 엄습해 온다. 발작이 이어질 때마다, 그는 당장이라도 마지막 숨을 내쉴 것만 같다. 그 공포 앞에서 나는 고작 옆에 붙어 앉아 지켜보는 일밖에 할 수 없다. 그저 눈을 크게 뜨고, 그의 손발을 더 심하게 떨지 않기를, 호흡이 멈추지 않기를 빌 뿐이다. 무력감이 뼛속까지 스민다.


간호사가 돌아간 뒤, 잠에 빠진 남편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고통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지 않은 듯, 그는 깊고 고요한 잠 속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방금 전의 발작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 발작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그가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한순간이라는 것을. 발작은 그의 몸을 소모시키고 근육에 고통을 남기며 결국 체력을 말려간다. 그래서인지 발작을 볼 때마다, 그것이 그의 길을 조금 더 재촉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의사가 했던 말이 자꾸 떠오른다. “진정제가 듣지 않는 발작이 오면 그게 마지막일 수 있습니다.” 그 한마디가 머릿속에 각인된 이후로, 발작만 일어나면 심장이 바짝 조여 온다. 불이 번지는 듯 긴장감이 온몸을 타고 오른다. 이 시간이 단순한 고비인지, 아니면 끝의 전조인지 구분할 수 없어 더욱 두렵다.


남편은 지금 혼곤히 잠들어 있다. 하지만 나는 긴장한 몸을 풀 수가 없다. 발작은 언제든 예고 없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병실의 어둠은 깊고, 내 마음은 더 깊은 어둠 속에 떨어져 있는 듯하다. 잠의 나락으로 가라앉은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차라리 그 평화가 오래 지속되기를 바랐다. 고통이 없는 그 순간만큼은, 그가 다시 살아 있다는 사실을 잊어도 좋았다.

(당신이 떠나기 20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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