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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상파 Oct 05. 2024

간병일기 99

한밤중의 발작

한밤중의 발작


2박 3일 간병. 어제 새벽 2시경에 발작이 왔다. 잠가둔 뇌압 낮추는 만니톨 액을 틀어놓으려고 일어났더니 남편이 잘 내지 않던 신음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어둠속에서 유심히 살피니 입술을 달싹인다. 이내 우우우 워워워하며 나뭇잎을 때리는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사지를 틀어댔고 입에서는 타액이 흘러나왔다. 다행히 이번 발작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간호사를 호출했더니 진정제 주사를 놔줬다. 뒤틀리던 몸이 풀리는 듯했다. 


남편이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심장이 요동을 친다. 덩달아 숨이 막혀오는 것 같다. 보기도 많이 봐왔으면서 여전히 생경하고 무섬증이 인다. 발작 때마다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다. 발작한 사람이 금방이라도 숨을 내뱉지 못하고 가버릴 것만 같아서. 온몸으로 겪은 사람을 옆에 두고 고작 그걸 지켜보고는 엄살이다. 할 수 있는 일도 없는데.


잠든 남편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어떤 고통의 흔적도 지나가지 않은 듯 혼곤한 잠의 나락에 빠져들었다. 좀 전에 있었던 발작은 자신의 살아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 같다. 심한 체력 소모와 근육통을 동반하는 발작으로 며칠 고생깨나 하겠지. 발작은 그의 심신을 건조하게 왜소화시킨다. 그의 길을 재촉이라도 하듯. 진정제가 발작을 멈추지 못한다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은 이후부터 발작을 할 때마다 바짝 긴장하게 된다.( 2011년 6월 11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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