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오르다
형님 내외와 언니, 어머님, 아버님이 문병을 왔다. 환한 낮의 병실 풍경은 잠시 북적였지만, 사실 진짜 힘든 시간은 지난밤이었다.
어젯밤부터 남편의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새벽 두 시, 주사액이 들어가는 시간에 맞춰 몸이 알아서 깨어났다. 그러나 눈을 뜨자마자 남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것이 보였다. 숨이 가쁘고 온몸은 불덩어리처럼 뜨거웠다. 심하게 몸을 떠는 것이 느껴져 급히 응급벨을 눌러야 했지만, 그 순간 마음이 다급해져 오히려 간호사실로 직접 달려가고 말았다. 간호사가 해열제를 놓고 갔지만, 주사 한 방으로는 불길 같은 열을 꺼뜨릴 수 없었다.
열이 잘 내려가지 않자 간호사는 얼음 팩을 양 겨드랑이에 끼우고, 머리에는 미지근한 수건을 올려놓으라고 했다. 나는 지시대로 얼음 팩을 갈아 끼우고, 수건을 적셔 머리에 올려주고, 또 젖은 수건으로 온몸을 닦았다. 그러나 차도는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물수건으로 남편의 팔과 다리를 훑다 보면 어느새 내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꾸벅꾸벅 졸다가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얼음 팩의 상태를 확인하며, 그렇게 밤은 길게 이어졌다. 새벽 내내 몸을 닦고 얼음을 갈아주기를 반복하다가, 아침이 되어서야 비로소 열이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
남편의 몸은 이미 고통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주사바늘이 수없이 드나든 팔과 손등, 발등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아침에는 왼쪽 팔 접힌 부위가 심하게 부어 주사액이 들어가지 않자 결국 바늘을 뺐다. 더 이상 바늘을 꽂을 혈관을 찾지 못하자 의사는 쇄골 근방에 주사바늘을 심는 시술을 하겠다고 했다. 열이 오르는 상황에서 발작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했다.
시술은 병실 한켠, 커튼을 친 자리에서 진행됐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숨이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나는 손에 땀이 맺히고, 심장이 두근거려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의사는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시술을 끝낸 그의 얼굴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다행히 남편은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잘 견뎌냈다. 그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죽음이 가까워진다는 것은 단번에 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고통의 고비들을 하나하나 넘어서며 이르는 길이라는 것을.
오늘 낮 병실을 찾아온 가족들은 힘겨운 밤의 풍경을 알지 못한다. 문병 온 사람들에게 남편은 그저 누워 있는 환자일 뿐이겠지만, 내 눈에는 불길을 견디며 버텨낸 몸이자, 그럼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는 마지막 신호처럼 보였다.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나는 계속 밤새 얼음에 젖은 손의 감각을 떠올렸다. 살아 있다는 것은 이렇게까지 뜨거운 것이구나, 하고.
(당신이 떠나기 2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