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오르다
열이 오르다
형님 내외, 언니, 어머님, 아버님이 문병을 왔다. 어젯밤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다. 자다가 깨어보니 새벽 2시. 주사액이 들어가는 시간에 맞춰 몸이 알아서 일어났는데 남편 얼굴이 붉게 상기돼 있다. 몸은 불덩어리처럼 뜨거웠다. 몸을 심하게 떠는 것이 느껴져 급한 마음에 응급벨을 누르는 것을 잊어먹고 간호사실로 달려갔다. 간호사가 해열제 주사를 놓고 갔지만 잘 들지 않았다.
열이 떨어지지 않자 간호사는 얼음 팩을 양 겨드랑이에 넣어주라고 하고 갔다. 겨드랑이에는 얼음팩을, 머리에는 미지근한 수건을 올려놓고 몸 곳곳을 물수건으로 열심히 닦아냈지만 차도는 여전히 없었다. 몸을 닦다가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간이침대에서 잠깐씩 눈을 붙이기도 했다. 정신이 조금 난다싶으면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으면서 얼음 팩의 상태를 계속 확인했다. 열은 아침에서야 조금 떨어졌다.
남편의 팔이며 손등이며 발등은 주사바늘을 꽂아대느라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아침에 왼쪽 팔 접힌 부위가 부어 주사액이 들어가지 않아 주사바늘을 뺐다. 다시 바늘 꽂을 자리를 찾다가 더 이상 찾지 못하게 되자 의사는 쇄골 근방에 주사바늘을 심는 시술을 하겠다고 했다. 의사는 열이 오른 상황이라 발작이 일어날 것을 가장 우려했다. 시술은 커튼을 치고 병실에서 이뤄졌다. 긴장을 많이 했는지 시술을 끝낸 의사의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 다행히 남편은 잘 견뎌냈다.( 2011년 6월 17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