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하게
담담하게
토요일 오르던 열이 밤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사람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기가 힘들다. 어젯밤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얼음주머니를 옆구리에 끼우며 열을 내리느라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남편 발치 아래의 침대에서 잠깐 엎드리거나 간이침대에서 눈을 붙여가며 밤을 샜다.
병사(病死)에 선 남편은 지금 온 몸의 고통으로 자신의 생존을 알리고 있다. 지켜보는 것도 힘든데 정작 당사자는 얼마나 괴로울까. 죽음의 세계는 저토록 몸이 으스러질 정도의 고통이 수반돼야 갈 수 있다는 뜻인가. 사는 것이 그렇다. 죽기 위해 사는 것도, 살기 위해 죽는 것도 아니다. 그저 주어진 목숨 붙어있으니 숨을 쉬면서 죽어가는 것이다. 인생에 대단한 뜻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그저 목숨이 허락되는 대로 살아지고 살아가고 사라지는 것이다.
낙담하며 실의에 빠져있지 말자. 죽음을 목전에 둔 남편은 예전의 남편이 아니라 이제는 저 세상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자. 이미 인간의 힘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단지, 적막하고 고요히 안녕하기를 빌자. 어느 날 훌쩍 저 세상으로 건너가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이자.(2011년 6월 19일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