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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상파 Oct 06. 2024

간병일기 102

잠의 나락

잠의 나락


어젯밤 9시가 넘어서면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피곤이 몰려왔다. 아이들 밥을 먹이고 집안을 대충 끝내고 나서 숨을 헐떡이며 식탁에 앉아 한참을 쉬고 있었다. 그런 엄마가 걱정스러웠는지 아들 녀석이 학교에서 칭찬받은 일이며 친구들과 놀던 일을 끊임없이 재잘거렸다. 어떤 말은 들리고 어떤 말은 그냥 흘러갔는데 꾸벅꾸벅 졸고 있었던 것이다. 몸이 천근이라 그대로 안방에 들어가 뻗었다. 잠결에 코 막힌 아이에게 감기약을 먹일 것을 잊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어나 약을 먹였다. 새벽 1시쯤에는 세탁기를 돌리다가 잠들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일어나 빨래를 널었다. 자고 일어나서인지 머리는 둔탁하지 않았다. 소파에 앉아 뭔가라도 끄적이려고 했는데 마음과는 달리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안방으로 들어가 그냥 눕고 말았다.


아들 녀석이 기특하다. 누나랑 놀러나가면서도 집에 혼자 있는 엄마가 안 돼 보였는지 얼른 따라나서지를 못한다. 누나랑 놀고는 싶어 신발을 꿰차고 따라 나서면서도 혼자 있을 엄마가 안쓰러운 모양이다. 엄마에게 심심하면 누나 핸드폰으로 꼭 전화를 하라고 몇 번씩 당부를 한다. 전화를 하면 소방차처럼 잽싸게 달려오겠단다. 어린 것의 마음을 짚어보다가 가슴이 찡해옴을 느꼈다. 아이들이 집을 비우자 그렇지 않아도 허전하던 마음이 아주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적막한 집안 분위기가 감당이 안 돼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돌았다.(2011년 6월 21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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