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일기 103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2박 3일 간병에 들어가다. 남편에게 폐렴에 패혈증이 왔다. 이번 주에는 열이 40도까지 오르내린다. 떨어져도 정상 체온까지는 내려가지 않는다. 사람은 지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종국에는 폐렴이나 패혈증으로 간다고 하더니 남편에게 그 단계까지 온 모양이다. 이 사람의 몸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기호 소장님한테서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1000부 인세를 입금했다는 연락이 왔다. 책은 이미 출간됐거나 출간하려던 글을 모아 한 권의 두꺼운 사전식으로 만들어졌다. 남편의 대표작이 되었다. 소장님이 누워있는 후배를 위해 마음을 써주신 거다. 소장님은 바빠서 병원에 들르지 못한 것을 미안해하셨다. 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 남편의 상태가 워낙 좋지 않기 때문이다. 

장마철이라 목요일부터 비가 계속 내렸다. 병실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서 그에 달린 간병인 아줌마는 70 가까워보이는데 말을 섞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요란한 장식에 목청 큰 것으로 병실의 분위기를 잡아보려고 허세를 부리는데 다들 시큰둥하니 무안해졌던 모양이다. 그래도 미련이 남았는지 병실에서 말수 적고 착해 보이는 간병인 아줌마를 제 사람으로 끌어들이려고 너스레를 떨었다. 보고 있자니 사람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서 낯이 뜨거워진다. 점심 밥이 나올 때쯤이 되자 그녀는 갑자기 믹서기가 없어졌다며 소란을 피웠다. 병실 사람을 도둑으로 몰아놓고는 간이침대 밑으로 들어간 신문에 싸인 걸 찾았는지 뭔가를 열심히 갈아댄다. 무슨 짐이 그리 많은지 공용세면대에 물건을 얹어놓은 바람에 사용하기 불편하여 바깥 화장실을 이용했다.(2011년 6월 24일 금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