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고사
남편이 오늘 따라 편해 보여 오랫동안 들여다 보았다. 먹는 것이 없어 잘 보지 않던 변을 오후 2시가 안 됐는데 두 번이나 보았다.
딸아이 학교 담임에게서 전화가 왔다. 딸아이가 창문으로 뛰어내리려고 한 것을 친구들과 선생님이 붙잡아 간신히 막았다고 한다. 머릿속으로 지진이 훑고 지나갔다. 조물주는 지금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던져주면서 나의 강인함을 실험하고 있는 것인가. 인간으로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어디까지인지를 알아보겠다는 심사인가. 저 나약한 존재입니다. 굽어 살피시라는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만,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몫을 주시지요!
간병을 하느라 집에 가지는 못하고 아이에게 전화로 상황을 물었다. 아이는 훌쩍이며 울기만 한다. 그래, 울어라, 실컷. 너라고 이 집안 분위기를 견디겠느냐, 고통이 없겠느냐, 슬픔이 없겠느냐, 허망함이 없겠느냐, 억울함이 없겠느냐, 죽고 싶은 마음이 없겠느냐, 죽음을 알 나이니 고독감이 없겠느냐. 울어도 해결되는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답답하고 울적한 기분은 씻어내려가겠지.
엄마도 미친 듯이 울어봤으면 좋겠구나. 이제는 눈물도 말라간다. 살아있다는 느낌도 없다. 가슴이 벌렁거리면서 통증만 있을 뿐이다. 사람을 보내는 것은 가는 사람과 함께 죽음의 문턱 어디메까지 동행하는 것인 모양이다. 함께 한 세월을 저 허공으로 흩뿌리면서 고사되는 것인 모양이다.(2011년 6월 30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