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청개구리, 이금옥 글, 박민의 그림, 보리
청개구리
청: 청상과부의 아들 청개구리
개: 개구지게 장난치며 아이들 울리자
구: 구름같은 걱정에 엄마는 병을 얻어 그만.
리: 리코더의 서러운 가락으로 엄마 그리워해요
청개구리로 태어나 청개구리를 키우며
<청개구리>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익숙한 이야기를 정감 어린 그림체로 되살려낸 그림책입니다. 책 커버 앞뒤 날개에는 ‘<청개구리>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는 세로쓰기 그림책입니다’라는 안내가 적혀 있는데, 그 점마저도 청개구리처럼 거꾸로 가는 느낌을 줍니다. 이 그림책은 1991년 일본에서 먼저 선보였는데, 글과 그림의 작가 모두 재일조선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는 2007년에 출간되었고, 저는 그 당시 초판본을 구해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연잎 같기도 하고 토란잎 같기도 한 이파리를 들고 있는 청개구리의 표정은 참으로 앙증맞고 사랑스럽습니다. 청개구리 하면, 단연코 이 그림책의 청개구리만 떠오를 정도입니다.
<청개구리>는 잘 아는 이야기라고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부모 자식으로 태어난 이 소중한 인연이 왜 때로 삐걱대는지, 그 애틋하고 안타까운 이유를 조용히 짚어줍니다. 자식을 키우며 속앓이하지 않은 부모 없고, 부모에게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자식도 없습니다. 부모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순리를 강조하지만, 그 순리라는 것은 결국 ‘남들이 사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강요일지도 모릅니다. 자식은 때로 그 뜻을 거스르며 제 길을 갑니다.
청개구리 같은 자식은 부모가 되어보기 전까지는 부모의 심정을 알지 못합니다. 부모는 자식을 끝까지 기다려주지 못하고, 자식은 너무 늦게 철이 들어버리는 슬픈 아이러니가 남습니다. 결국 부모도 자식도 제자리를 찾아가지만, 서로를 알아볼 즈음이면 어느새 이별의 시간이 가까워옵니다. 자식들에게 부모 말을 잘 들으라는 단순한 교훈에 부모 자식 관계의 애틋함과 인간 존재의 순환을 담고 있는 셈입니다. 청개구리 같은 자식으로 태어나, 청개구리 같은 자식을 키우며 뭔가를 깨달을 즈음, 인생은 어느덧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