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1. 백만 번 산 고양이

백만 번 산 고양이

by 인상파

백만 번 산 고양이, 사노 요코, 김난주 옮김, 비룡소


백만 번 산 고양이


백: 백수를 누린다고 해도

만: 만정이 떨어지는 사람과는

번: 번번이 실패할 뿐이에요.

산: 산속 너와집 단칸방에서

고: 고구마에 옥수수를 먹더라도

양: 양 볼에 그대와 미소 그득하면

이: 이 몸은 더 바랄 게 없어요.


죽음보다 강한 사랑


<백만 번 산 고양이>는 백만 번을 살고도 달라지지 않았던 고양이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늘 주인을 거느렸고, 임금이나 마술사, 도둑, 여자아이 등 다양한 주인의 삶에 끌려다녔습니다. 고양이는 그들이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 삶들은 결코 자신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무렇지 않게 죽고, 또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양이는 처음으로 아무의 고양이도 아닌 도둑고양이로 살아가게 됩니다. 비로소 주인이 아닌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게 된 것이지요. 수많은 암컷 고양이들이 그를 좋아했지만, 그는 거드름을 피우느라 시간을 허비하다가 단정하고 조용한 하얀 암컷 고양이에게만 진심으로 사랑을 고백합니다. 그들은 함께 자식들을 낳고, 처음으로 행복하고 충만한 시간을 살아냅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하얀 고양이가 세상을 떠나자, 수컷 고양이는 백만 번을 울고, 그 곁에서 조용히 숨을 거둡니다. 그 이후로는 다시 태어나지 않았지요. 왜 그랬을까요? 그것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삶은 백 번을 살아도 공허하고, 사랑 없는 삶은 아무리 오래 살아도 결국은 의미없는 반복일 뿐인데 암컷 고양이를 만나 사랑한 삶은 그것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었지요. 진정한 삶이란 주체적인 선택의 문제이며 사랑이 담보될 때 비로소 완전해진다는 진실을 말해줍니다. 사랑이란 죽음보다 강하고 영원하기도 하니까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이 그림책은, 그래서 누군가의 인생 그림책이 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