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4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책제목으로 시쓰기 32

백만 번 산 고양이

by 인상파 Mar 22. 2025

백만 번 산 고양이, 사노 요코, 김난주 옮김, 비룡소


백: 백수를 누린다고 해도

만: 만정이 떨어지는 사람과는

번: 번번이 실패할 뿐이에요.

산: 산속 너와집 단칸방에서

고: 고구마에 옥수수를 먹더라도

양: 양 볼에 미소 그득한 그대라면

이: 이 몸은 더 바랄 게 없어요.


백만 번 산 고양이는 백만 번을 살고도 달라진 게 없었어요. 그 고양이는 태어날 때부터 늘 주인을 거느렸거든요. 주인이 임금일 때도 있었지만, 마술사, 뱃사공, 도둑, 할머니, 여자아이일 때도 있었어요. 고양이는 그들과 그들이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뜻대로 살 수밖에 없었지요. 그것은 주인의 삶이지 고양이의 삶은 아니었지요. 그래서 백만 번이나 살고 백만 번이나 죽을 수 있었던 거지요. 그런 고양이에게 딱 한 번 아무의 주인도 아닌 바로 제 삶의 주인으로 살 때가 있었어요. 도둑고양이로였지요. 그에게 많은 암컷 고양이가 사랑을 고백했지만 거드름을 피우느라 또 허송세월을 보내고 말았어요. 하지만 마음이 쓰였던 하얀 암컷 고양이에게는 달랐지요. 그가 먼저 사랑을 고백하고 둘은 뜻이 맞아 서로 사랑하며 자식들 낳고 행복하게 살았지요. 세월이 흘러 암컷 고양이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었답니다. 하얀 고양이를 먼저 떠나보낸 고양이는 백만 번을 슬피 울다가 그 곁에서 저도 조용히 숨을 거두고 이후로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지요. 삶은 한 번으로 족하는데 그것은 사랑을 담보로 할 때만 그렇다는 거겠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고 영원하기 때문일 거예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묻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책제목으로 시쓰기 31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